[더구루=정등용 기자] 미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사업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가속화 하는 가운데 마이크론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마이크론은 21일 2024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66억 달러(약 8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60억2000만 달러(약 8조700억원)를 상회하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복잡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사용되는 HBM 칩이 마이크론에 대한 전체 수요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HBM 올해 물량은 이미 소진된 가운데 내년 공급량도 대부분 할당된 상황이다.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차세대 H200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마이크론의 최신 HBM 3E 칩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 칩을 독점 공급하던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맞서 더욱 강력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고수익 HBM 시장 점유율이 올해 내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58억2000만 달러(약 7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 36억9000만 달러(약 4조9500억원) 대비 57%, 전 분기 47억3000만 달러(약 6조3400억원) 대비 18.7%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는 53억5000만 달러(약 7조1700억원)다.
마이크론의 주가도 급등했다. 20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 전장보다 2.39% 오른 96.25달러에 거래를 마친 마이크론 주식은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5% 넘게 올라 110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1년 간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의 비트 공급 증가율은 D램(DRAM)과 낸드(NAND)의 수요 증가율을 밑돌 것”이라며 “메모리 칩 가격도 팬데믹으로 인한 구매 증가로 공급 과잉이 초래된 후 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메모리 및 스토리지 최종 시장의 가격이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까지 D램과 낸드 가격 수준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실적 개선세가 보이면서 반도체 겨울도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조 단위 영업이익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조7855억원으로 지난 주 4조6812억원보다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1846억원으로 추정돼 지난 2022년 3분기 1조6560억원 이후 1년여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