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의 발달로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공급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 소속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파이낸셜 타임즈 글로벌 원자재 서밋’ 행사에 참석해 구리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와 데이터센터의 발달로 인해 구리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구리 수요가 지금보다 최대 100만t(톤)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강조했다. 이러한 추가 수요가 기존 구리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10년 안에 구리 시장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리 수요의 증가는 본질적으로 전기차와 재생 에너지 기술의 채택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에너지 전환과 관련이 있다. 전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량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구리 수요도 향후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1월 실시된 로이터 통신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구리 수요는 연간 약 2600만t에 달한다. 구리 시장 공급 부족량은 올해 3만5000t에서 내년 10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해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이미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방국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시장 지배력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소속 비타 자보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주요 원자재 생산 통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중국이 생산 측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와 흑연을 예로 들었다.
자보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자원에 대한 중국의 통제권이 높아져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핵심 원자재 생산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