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중국 거대 리튬업체 간펑 리튬(Ganfeng Lithium)이 멕시코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리튬 확보에 주력하는 가운데 리튬 국유재산화를 추진한 멕시코 정부에 맞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간펑 리튬 자회사 바카노라 리튬(Bacanora Lithium)·소노라 리튬(Sonora Lithium)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산하 국제 중재 기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멕시코 정부가 간펑 리튬이 진행하던 멕시코 소노라 주 리튬 프로젝트에 대한 광업 허가를 취소한 탓이다.
앞서 간펑 리튬은 멕시코 정부의 일방적인 양허건 취소에 반발하며 행정심판을 제기해 권리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멕시코 당국이 리튬을 국유화하고 산업 전반을 독점하기 위해 간펑 리튬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광업국(DGM)은 지난해 8월 간펑 리튬이 소유한 소노라주 지역 광산 9곳에 대한 리튬 채굴권을 취소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취소 근거다.
멕시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22년 4월 의회에서 승인한 광업법 개정안에서 비롯된다. 개정안은 리튬 탐사와 채굴권을 정부가 독점하고, 민간기업과 외부기관에 리튬에 대한 양허·채굴권·계약·승인·지정 등을 허가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에너지부 산하에 국영 리튬 기업 '리티오멕스(LitioMx)'도 설립했다.
간펑 리튬은 지난 2021년 5월 멕시코 소노라주 리튬 광산을 소유한 영국 바카노라 리튬 지분을 29%에서 100%로 늘렸다. 소노라는 멕시코 내 가장 많은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펑 리튬이 개발한 리튬 광산은 매장량이 약 2억4380만t으로 추산된다.
당시 간펑 리튬은 지난해부터 리튬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1차년도에 탄산리튬 약 1만7500t, 2차년도부터 매년 3만5000t을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멕시코 정부가 리튬 채굴을 통제하며 상황이 급변,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멕시코 리튬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만드는 핵심 소재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리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를 비롯해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 국가들은 리튬을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고 국가의 통제력을 높이는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멕시코의 리튬 매장량 추정치는 약 170만t이다. 이는 세계 10위권이자 전 세계 매장량의 3% 수준이다. 멕시코 리튬은 점토와 섞여 있는 형태로 추출의 어려움이 있어 아직 본격적인 상업화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