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구리 생산량과 탄소 중립 사이의 관계를 예측한 국제에너지포럼(이하 IEF)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리 생산이 전기차 수요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어 전기차 전환은 실현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IEF는 최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려면 탄소 중립 목표 연도인 2050년까지 신규 구리광산을 55% 더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추세에 맞추려면 지난 2018년 이전 채굴된 구리보다 최소 115% 더 많은 구리를 채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로렌스 캐슬스 미국 코넬 대학교 지구·대기 과학 교수와 아담 사이먼 미국 미시간 대학교 지구·환경 과학 교수는 전 세계 구리 생산 속도가 전 세계 전기차 수요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캐슬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탈탄소화 핵심 재료인 구리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단절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구리 공급의 경우 연간 구리 생산량은 오는 2050년까지 82%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구리 재활용으로 인한 추가분을 고려하면 총공급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리 총생산량 추정치는 2086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할 전망이다.
구리 수요 측면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경우 최소 194개의 광산 또는 매년 6개의 신규 광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탄소를 배출할 경우에는 매년 약 35개의 광산이 필요하다. 이는 연구팀이 구리 재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신규 광산 개발 수요를 낙관적으로 예측한 데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구리 매장량만큼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추세라면 구리 생산량은 오는 2050년까지 약 16억900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연구팀이 추정한 총 구리 자원 약 66억6000만t의 26%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구리가 전기차 전환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채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운영에 들어간 신규 구리광산을 보면 자원 발견 시점부터 가동에 이르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렸다.
이에 연구팀은 전기화에 따른 구리 수요와 광산업에 가해지는 압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제안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차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구리의 양이 크게 차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구리 60kg이 필요한 전기차 100% 전환보다는 2035년까지 구리 29kg이 필요한 하이브리드차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훨씬 자원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