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러시아가 극동·북극 지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를 찾기 위한 차원에서다.
12일 러시아 정부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제9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극동지역과 북극지역의 개발은 21세기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극동 지역은 통상적으로 바이칼호 기준 동쪽에 위치한 자치공화국과 주들을 의미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연결되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산업 및 인프라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극동 지역에는 총 29개의 항구가 있으며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분기선 개념인 바이칼-아무르 철도가 지나간다. 또한, 넓은 영역에 걸쳐 다이아몬드, 석유, 가스, 금, 석탄, 폴리메탈 등이 매장돼 있는 천연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북극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발전 잠재력이 높은 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북극항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석유의 17%가 북극지역에서 생산되며, 가스 생산량은 무려 84%를 차지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금, 석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의 자원도 풍부하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20년 '북극개발 및 국가안보 전략 2035'를 발표하고 북극 지역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극동·북극 지역 개발에 힘을 쏟는 데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극동·북극 지역은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의 거대 경제권과 연결되는 길목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서방이 세계 곳곳에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우 사태로 유럽과의 교역이 줄어들고 러시아 서쪽 국경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장비 배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실상 어떤 장애물도 없는 극동과 북극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