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은비 기자] 중국 TV 제조사가 과거 ‘TV 강국’이었던 일본 시장을 완전 장악했다. 중국 TV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명가 삼성·LG전자의 존재감이 사실상 '제로'(0)다.
11일 시장조사기관 BCN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TV기업은 올들어 9월 말 현재 일본 TV 시장에서 49.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중국 하이센스의 일본 내 점유율 40.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샤프 21.1% △소니 9.7% △TCL 9.5% △파나소닉 9.0% 순으로 이어졌다. '기타 브랜드'의 점유율은 10.3%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별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다.
이는 과거 로컬 브랜드가 현지 TV시장을 장악하던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지난 2005년 당시 샤프의 현지 TV 시장 점유율은 40%를 기록, 이를 포함한 일본 제조사의 점유율은 85%를 차지했었다.
중국 TV 제조사가 일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고화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줄어든 반면, 중국 기업들은 높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평면 TV 평균 판매 가격은 2020년 동기 대비 40% 낮아진 6만4800엔(약 6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예컨데 미세화한 발광 다이오드(LED)를 사용하는 '미니 LED TV'는 다른 TV에 비해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미니 LED TV시장에서 소니와 파나소닉은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는 반면, 하이센스는 성능과 가격의 균형을 맞춘 전략이 일본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에서 미니 LED TV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면서 일본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하이센스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 미니 LED TV 판매는 금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300%, 수량 기준으로는 약 4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의 시장 확대는 국내 TV 제조사에게도 위협적인 상황이다.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초대형 TV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도 중국에 주도권을 건네줄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TV시장에서 금액 기준 각각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수량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글로벌 점유율 18.3%로 1위를 유지했으나, 이는 2020년 상반기 20.7%에서 2.4%P(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0.9%에서 13.3%, 8.1%에서 11.7%로 점유율을 높였다. LG전자는 11.4%의 점유율로 중국 업체들에 이미 밀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