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이 하반기 들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한참 밑도는 신규 상장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상장 철회 기업도 잇따라 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연말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했던 2차전지 드라이룸 전문기업 씨케이솔루션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올해 코스피 IPO 예정 기업 중 수요예측까지 마치고 상장을 철회한 건 케이뱅크 이후 두 번째다.
씨케이솔루션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장 철회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전문기업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11일 코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트박스글로벌도 공모주 시장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기업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시장 입성을 앞뒀던 동방메디컬도 이달 5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 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해 부진한 결과를 받으면서 지난 7일 상장 절차를 연기했다.
공모 밴드 하단에 못 미친 기업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마친 엠오티는 공모희망가를 1만2000~1만4000원으로 책정했지만, 결국 공모가를 1만 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1046곳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청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에스켐 또한 희망 밴드(1만3000~1만4600원)보다 낮은 1만 원에 공모가액을 설정했으며, 쓰리빌리언도 희망 범위(4500~6500원) 하단에 겨우 맞춘 4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업계에선 국내 주식시장 부진과 새내기주들의 급락이 불러온 공모주 시장의 침체가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으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탈출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들어올 자금이 얼어붙었다”며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 줄줄이 공모가를 밑돌자 앞다퉈 물량을 넣던 기관 투자자들 마저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