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미 핵심광물 전쟁에 돌입했다

유럽·북미, 보호주의 정책으로 자국 중심 공급망 강화
자원 민족주의 확산…글로벌 공급망에 복잡성 가중
미·중 무역 갈등 격화→핵심 광물 확보 경쟁 불씨

 

[더구루=진유진 기자] 글로벌 경제가 핵심 광물 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전환과 첨단 산업 발전에 필수 자원인 핵심 광물 확보 전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13일 영국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2개국이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핵심 광물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베리스크는 198개국을 대상으로 에너지·광업 분야 보호주의와 개입주의를 측정하는 자원 민족주의 지수(RNI)를 분석했으며, 지난 5년 동안 보호주의 정책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 경제와 안보를 보호하려는 전례 없는 국가 개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RNI는 △자원 몰수 △엄격한 재정 제한 부과 △국내 재화와 서비스 이용 압력 등 정부의 자원 통제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광물 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RNI 순위 122계단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정책 강화를 선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자산을 압류하고, 캐나다·호주와의 협력을 통해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원자재 연합(ERMA)'과 '핵심 원자재 법(CRMA)'을 통해 지속 가능한 채굴과 재활용을 지원하고 비유럽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북미 지역도 핵심 광물 보호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국내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중국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칩스 앤 사이언스 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했다. '광물 안보 파트너십'으로 동맹국과 협력을 도모하며 무역 장벽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 투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통해 자국 핵심 광물 산업 보호에 나섰다. 지난 2022년 중국 투자자들에게 캐나다 리튬 기업 지분을 매각하도록 명령했으며, 지난 6월에는 호주 기업이 캐나다산 희토류를 중국에 매각하려는 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자간 협정도 체결했다.

 

베리스크는 자원 민족주의 부상이 분열된 세계 경제 질서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미중 간 무역갈등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와 핵심 소재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안티몬 등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 금지로 맞대응했다. <본보 2024년 12월 10일 참고 中 최대 희토류·알루미늄 기업, 전략광물 안전보장 맞손…대미 수출통제 강화되나>

 

전문가들은 보호주의 물결이 글로벌 경제에 복잡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메나 블랑코 베리스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보안이 각국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확산하는 반면, 우호적 관할권에 대한 기회는 적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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