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현대로템의 페루 차륜형장갑차 수출이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협상을 주도한 페루 육군 조병창(Fábrica de Armas y Municiones del Ejército, 이하 FAME S.A.C.)의 핵심 간부 2명이 물러났다. 공식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모델과 비교하는 과정 없이 비싼 가격에 장갑차를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일 라리퍼블리카 등 외신에 따르면 오레스테스 바르가스 오르티즈(Orestes Vargas Ortíz) FAME 이사회 의장과 호르헤 사파타 바르가스(Jorge Zapata Vargas) FAME 총책임자(대령)는 퇴임한다. 공식 사유는 FAME의 인적 쇄신이다. 하지지만 현지에서는 K808 장갑차 계약 논란에 책임을 지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FAME는 지난 5월 차륜형장갑차 공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로템을 선정했다. K808 '백호' 30대를 공급받기로 하고 이달 초 STX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약 6000만 달러(약 870억원)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후 후폭풍은 거셌다. 현지에서는 FAME가 페루 국군조달청(ACFFAA)을 통해 공식 입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타사 장갑차와 비교하지 않고 대당 20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가격에 구매하기로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페루 육군의 무기 조달을 담당하는 SMGE(Servicio de Material de Guerra del Ejército)는 지난해 K808 제안을 받았으나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올해 초 FAME 수뇌부가 바뀌면서 K808 구매가 결정됐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커졌다.
장갑차 선정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대로템과 STX는 난처해졌다. 페루 사업은 현대로템의 첫 해외 차륜형장갑차 수출이자 국산 전투장갑차량의 중남미 지역 최초 진출 사례로 주목을 받았었다. 현대로템과 STX는 지난 6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맞아 K808 3대를 인도해 현지에서 전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레스테스 바르가스 오르티즈 의장과 호르헤 사파타 바르가스 총책임자의 퇴임이 K808 사업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임기가 끝났고, K808은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기종이라는 점이 핵심 근거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으나 FAME 수장을 견제하는 군 내부 세력들이 K808 사업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레스테스 바르가스 오르티즈 의장과 호르헤 사파타 바르가스 총책임자는 진급연합을 초과해 예편한 것"이라며 "오히려 지난 10년간 최초로 FAME 흑자 경영을 이뤄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