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태광 자회사 '에이치와이티씨(HYTC)'가 2차전지 제조 장비 핵심 부품인 '혼(tool horn)' 국산화와 성능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차세대 폼팩터인 '4680(지름 46mm·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셀용 혼을 출시,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싱가포르 경제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성보경 에이치와이티씨 대표이사는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혼은 아직까지 국산화되지 않은 유일한 (배터리 제조 장비) 부품"이라며 "에이치와이티씨는 혼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4680 배터리용) 혼 직경은 3.5mm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를 2.5mm까지 줄이고, 길이를 95mm에서 120mm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배터리) 용량도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은 초음파 진동을 전달해 배터리 전극탭을 정확하게 용접하는 데 쓰이는 정밀 도구다. 에이치와이티씨는 지난 2022년 신규 초음파 혼을, 작년 새로운 원형 혼을 개발 완료하는 등 관련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초음파 혼이 에이치와이티씨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1%다.
에이치와이티씨는 배터리 폼팩터 전환에 발맞춰 46파이에 적합한 혼을 선보인다. 4680배터리용 혼을 개발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성능 개선을 추진한다. 혼의 지름을 줄이고 길이를 늘려 제조 효율성을 향상하고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에이치와이티씨의 4680배터리용 혼은 지름 3.5mm·길이 95mm다. 지름은 2.5mm까지 줄이고(3.5mm→3.0mm→2.5mm), 길이는 120mm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지름을 축소하면 용접 정밀도가 높아져 배터리의 전기적 특성과 내구성을 개선할 수 있다. 길이를 연장하면 한 번의 용접으로 더 많은 부품을 처리할 수 있고 높이가 더 긴 배터리셀에도 적용 가능하다. 4680 뿐만 아니라 46120 배터리까지 대응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에이치와이티씨가 46파이용 혼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4680 원통형 배터리셀 대량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말 충북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테슬라 납품을 추진한다. 삼성SDI는 2023년 상반기 천안에 46파이용 양산 라인 셋업을 완료했다. 내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SK온도 4680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6년 말 이후 양산 가능할 전망이다.
에이치와이티씨의 전신은 2000년 설립돼 반도체, LED 금형, 2차전지 부품 등 초정밀 부품 생산을 전문으로 한 한영정공이다. 현재는 배터리 제조 장비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 공정 중 화성공정을 제외한 극판·조립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에 대한 초정밀부품을 만든다. 태광이 2021년 인수해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매출의 50%가 삼성·LG·SK 등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발생한다. 작년 10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공장에 노칭 금형과 커터시스템을 납품하는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노칭 금형의 경우 삼성SDI와 SK온에 공급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칭 금형은 에이치와이티씨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제품군 중 하나다. 노칭 금형은 양·음극전지 탭 형상부와 측면부에 압력을 가해 극판 전지를 만드는 프레스 금형이다. 작년 3분기 기준 노칭 금형의 배출 비중은 1.8%로 미미하지만 추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성 대표의 설명이다.
성 대표는 "에이치와이티씨는 글로벌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칭 금형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당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노칭 금형은 연간 매출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노칭 금형의 수명 주기를 20~30% 연장해 고객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이는 공급업체로서 우리가 선택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