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수백억원 규모에 달하는 세금 환급 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급이 반복적으로 늦어지면서 정부와의 공고한 신뢰 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26일 호찌민시에 따르면 권춘기 삼성전자 호찌민 가전복합단지(SEHC) 법인장(상무)은 전날 개최된 호찌민시 지도자와 한국 기업 간 컨퍼런스에 참석해 부가가치세 환급을 조속히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환급 규모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발생한 5821억 동(약 333억원) 이다.
권 법인장은 "호찌민시 세무 당국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해결책을 받지 못했다"며 "환급이 계속 미뤄지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호찌민시 정부에 세금 환급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에도 국세총국에 미지급 금액에 대한 환급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국세총국은 삼성전자가 요구한 총액 4400만 달러 중 관할이라고 판단한 2400만 달러에 대해서만 환급키로 했었다. <본보 2023년 10월 6일 참고 삼성전자 베트남공장, 600억원 규모 세금 환급 요구>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삼성전자는 환급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요구한 금액은 2021년 4월 이전 2400만 달러와 2021년 6월~2022년 12월 2000만 달러를 합해 총 4400만 달러였는데, 2021년 6월 이후 발생한 환급금은 여전히 미지급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일반 기업에서 수출가공업체(EPE)로 전환시 기업이 상품, 서비스를 수입하거나 현지 공급자로부터 구매하면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수출가공업체로 전환을 위한 허가를 신청했고 이듬해 5월 승인을 받았다.
호찌민시는 관계 기관이 협력해 환급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재무부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세금 환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위해 환급을 긴급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지앙 반 히엔 호찌민시 제3세무서 부서장은 "삼성전자로부터 청원을 받은 후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세무 당국이 협력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일부 사업체가 세금 환급 정책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고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어 세금 환급 신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호찌민 가전복합단지를 비롯해 박닌 생산법인(SEV), 타이응우옌 생산법인(SEVT),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등 총 4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1995년 호찌민에서 TV 생산을 시작한 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장비 등으로 생산 품목을 늘려왔다. 특히 스마트폰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연간 1억5000만 대 가량을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제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