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한국 전통 장류가 '스와이시(Swicy, Sweet+Spicy)' 열풍을 타고 글로벌 소스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식품 시장에서 단짠매운맛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식품 기업들이 앞다퉈 K-소스 수출 확대에 나섰다. 김치·라면에 이어 K-소스가 차세대 한류 식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소스류 누적 수출액은 3억1503만 달러(약 4520만원)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추세대로라면 연말 4억2000만 달러(6020만원)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불닭·불고기·치킨 양념 등 양념 소스류가 2억 달러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주도했고,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장류 수출도 처음으로 1억 달러(약 1430만원)를 넘어섰다.
성장 배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스와이시 트렌드가 있다. 단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추장을 비롯한 한국식 매운맛이 핫 허니, 칠리소스와 함께 주류 카테고리에 진입했다. 실제 북미 아마존 소스 카테고리에서는 '청정원 순창 고추장'이 8위에 오르는 등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 고추장이 글로벌 소스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도 이 흐름에 맞춰 현지화·B2B 전략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 미국 레스토랑 전시회(NRA 쇼)'에 참가해 고추장 소스를 현지 B2B(기업 간 거래) 유통업체에 공급하며 외식 채널 진입을 본격화했다. 현지 입맛에 맞춰 맵기와 단맛을 조절한 'K-BBQ 드리즐(부어먹는)' 소스, 튜브형 '스퀴저블(짜기 쉬운) 장류' 등 현지화 제품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앞세워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와 협업해 신메뉴를 출시했다. 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외식 브랜드와도 협업을 이어가며 불닭소스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그룹 미국 자회사 동원홈푸드는 B2B 전용 브랜드 '비셰프'를 통해 미국 주요 유통 채널에 떡볶이·양념치킨 소스를 공급하고 있다. 히스패닉계 슈퍼마켓 '슈피리어 그로서'에서는 관련 제품이 매출 상위 5위권에 오르며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저당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로 김치 기반 '김치 살사'를 출시, 미국 내 주요 유통망 입점도 확대했다.
대상은 김치·고추장을 결합한 케첩·마요네즈 등 퓨전 소스를 내세워 영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 김치 풍미를 살린 '김치 스프레드'는 미국·유럽 햄버거 시장을 겨냥해 출시됐으며, 가루형 시즈닝 '김치 킥'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를 통해 현재 40여 개국에 500여 종의 소스를 수출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레스토랑 메뉴 중 단맛·매운맛 결합 메뉴 비중은 전년 대비 1.8% 늘었고, 향후 4년간 9.6% 추가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고추장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9억 달러(1조2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 고추장 시장 비중은 16%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Forbes)는 "글로벌한 맛(Mash-up, Borderless Cuisine)이 미래 요리 트렌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이 다양한 글로벌 퓨전을 수용하는 만큼, 한국 장류 기반 소스는 폭넓은 응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식품 기업은 전통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셰프·유통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 K-소스 확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