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 국민스포츠 후원했다 '세금' 부메랑…20년 이어진 소송 패소

델리 고법, 143억 후원금 중 3분의 1 '로열티' 확정

 

[더구루=김예지 기자] LG전자가 인도의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크리켓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가 도리어 세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현지 법원이 20여 년 전 지급한 후원금의 상당 부분을 '상표권 사용료(로열티)'로 규정하며 세무당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현지 민심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치 못한 조세 리스크로 돌아오면서, LG전자의 인도 시장 전략에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인도 델리 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LG전자 인도법인이 국제조세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 2003년 LG전자가 크리켓 월드컵 후원을 위해 대회 상업권을 보유한 글로벌 크리켓 코퍼레이션(GCC)에 지급한 1100만 달러(약 143억원) 중 3분의 1을 단순 광고비가 아닌 국제크리켓평의회(ICC) 상표권 사용에 따른 '로열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금액에 1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원천징수 하기로 한 인도 세무 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도 소속세법상 세금 체납 및 원천징수 미이행에 따른 연체 이자율은 월 1%(연 12%) 수준이다. 지난 2004년부터 소송이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누적 이자만 단순 계산 시 원금의 2.5배(250%)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 원금보다 연체 이자가 훨씬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LG전자가 지불한 후원금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였다. LG전자 측은 해당 지출이 경기장 전광판이나 TV 중계에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한 '광고비'일 뿐이며, 대회 로고 등을 사용한 것은 홍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LG전자 측은 지난 2003년 당시 GCC로부터 받은 서신을 근거로 상표권의 실질적 가치는 전체 금액 중 1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21년 동안 과세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냉혹했다. 법원은 LG전자가 계약을 통해 단순 광고 노출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크리켓 월드컵 공식 파트너'라는 명칭과 ICC 로고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LG전자가 TV 광고는 물론 제품 포장재 등에 이 마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누린 만큼, 전체 금액의 3분의 1을 로열티로 배분한 결정에 중대한 법적 오류가 없다고 보았다. 

 

이번 고등법원의 기각 판결로 LG전자는 '긁어 부스럼'만 만들게 됐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면서 세무당국의 승리로 무게가 실리게 됐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인도 사법 체계상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으나, 고등법원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서 다툴 만한 중대한 법적 쟁점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명시함에 따라 대법원이 상고를 수용할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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