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주인공은 기업과 투자자입니다. 기업은 자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주식을 시장에 내놓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주식을 사 수익을 봅니다. 주식 거래를 통해 기업의 주인이 바뀌기도 하는데,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경영권을 갖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주요주주가 경영자이자, 투자자인 이유입니다. '부럽株'에서는 기업 사주나 주요 임원의 자사주 매입, 경영권 분쟁, 시장을 놀라게 한 인수합병(M&A) 등 주식과 투자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더구루=홍성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단계이자,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형제의 난'을 끝낼 마지막 퍼즐이어서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경영권 갈등의 불씨인 한일 롯데 간 연결 고리를 끊음으로써 그룹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내외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 비리와 국정 농단 사건에 잇따라 휘말린 데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사태까지 터졌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더해지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호텔롯데는 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계열사다. 호텔롯데가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빼면 신동빈 회장(11.7%)에 이어 둘째로 많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의 지배 아래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L1~12 투자회사 등 일본 관계자들이 80.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사 27.8% △관계사 13.9% △임원지주회사 6% 등으로 알려졌다.
광윤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만 보면 그룹의 정점은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인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일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음에도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회장에 오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과 롯데 오너가 비리와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당장 이달 26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 우려는 크다. 이 때문에 신 회장으로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하루빨리 한·일 롯데 간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호텔롯데 상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호텔 객실 예약이 대거 취소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실적이 심각한 수준이다. 상장을 위해서는 영업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조만간 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신평은 올해 호텔롯데의 영업이익률이 3%를 밑돌면 추가 하향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3%였다.
이와 관련,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롯데 간의 지분 구조를 약화시키고 안정적 지배 구조 확보를 위해 호텔롯데의 IPO와 호텔롯데 인적 분할 후 투자 부문과 롯데지주 간 합병 등이 시급하다"면서 "하지만 신종 코로나에 따른 호텔롯데의 실적 악화와 IPO 시장의 투자 심리 악화는 연내 상장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