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창업자와 반도체 회사를 창립했다. 삼성전자와 BOE의 노하우를 접목해 회사를 폭풍 성장시키며 반도체 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경영 구루'로 꼽혔던 삼성전자 전 사장과 BOE 창업자의 만남으로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한층 강화되며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장원기 전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은 왕둥성 전 BOE 회장과 반도체 회사 에스윈(ESWIN·奕斯伟集团) 세웠다. 왕둥성 전 회장은 수장(총경리)을 맡고, 장원기 전 사장은 부총경리를 담당한다.
장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 40년 넘게 몸담은 인물이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7년 반도체총괄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천안사업장 공장장을 역임한 후 2008년 LCD 사업부 수장을 맡았다. 2011년부터 중국 사업을 지휘했으며 2017년 임원직에서 내려왔다.
왕둥성 전 BOE 회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3년 BOE를 창업한 후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현지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로 키웠다. 왕 전 회장은 지난해 사임한 후 올해 2월부터 에스윈 회장에 부임했다.
업계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경험을 쌓은 장 전 사장과 'LCD 강자' BOE를 창업한 왕 전 회장의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BOE에서 쌓은 경영 경험을 결합해 에스윈을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스윈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며 시안과 청두, 허페이, 쑤저우에 제조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반도체 핵심 재료인 칩온필름(COF) 테이프 생산라인을 허페이에 구축해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투자액은 12억7000만 위안(약 2100억원). 공장에서 생산된 시제품은 대만 노바텍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설계 회사에 납품됐다
시안 공장에서 웨이퍼 대량 양산도 추진 중이다. 에스윈은 11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시안 웨이퍼 생산 공장을 지었다. 12인치 단결정 웨이퍼를 만들며 월간 생산량은 50만장에 이른다. 에스윈은 작년 말 시안 공장에서 샘플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한 바 있다.
에스윈의 적극적인 투자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역량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5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 70%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 위안(약 51조원)을 돌파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올 1분기 26억7000만 달러(약 3조1800억원)를 기록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 톱10'에 처음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며 중국의 추격에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경기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열흘 만에 평택 사업장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약 8조원이 투입되며 생산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수준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