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KB증권 베트남법인(KBSV)이 투자은행(IB)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실적도 급증했다. 김성현 사장이 이끄는 서울 본사 IB 부문과의 협업을 통한 역량 강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SV는 베트남 부동산개발업체 그린시티개발이 지난달 29일 발행한 2조동(약 1040억원) 규모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3년 만기에,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채권 금리는 첫 해 9.5%로 고정되며, 이후에는 시중 금리에 연 2.3% 금리를 더하도록 했다. 금리 결정은 현지 VP뱅크가 담당한다.
그린시티개발은 2017년 베트남 호찌민시에 설립된 회사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 계열 부동산 업체인 빈홈즈가 지난해 타이손건설로부터 지분 9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린시티개발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호찌민에 대규모 주거단지 '빈홈즈 그랜드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7㎢ 규모다.
그린시티개발은 지난해 4월에도 현지 증권사 주관으로 100억동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번에는 KBSV에 주관 업무를 맡겼다. KB증권의 IB 역량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KB증권은 최근 베트남 IB 부문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 키타그룹의 자회사 키타인베트스의 2조1000억동 규모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키타그룹은 베트남 전역에서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4월에는 베트남 건설사 페콘과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을 맺었다. 작년에는 KB증권 본사와 함께 현대엘리베이터가 베트남 2위 건설사 호아빈건설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를 자문했다.
실적 성장세도 눈에 띈다. KBSV는 1분기 매출 1326억동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때보다 88% 증가한 수치다. 세전 이익은 430억동으로 전년 대비 72% 늘었다. 특히 1분기 채권중개시장 점유율 3.6%로 업계 2위에 올랐다.
KBSV는 올해 매출 6752억6000만동, 세전이익 2003억5000만동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2%, 38% 증가한 수준이다.
베트남에서 KB증권의 급성장 뒤에는 국내 기업금융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김성현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2015년 IB총괄본부장에 오른 뒤 KB증권의 IB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KB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IB 부문이 전체 이익의 60%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증시 악화로 주식 거래 수수료 수입이나 자산관리 부문 실적은 줄었지만, 부동산 구조화 금융이나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의 실적이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