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미국 대형 보험사 AIG가 프랑스 본사를 하나금융투자가 인수한 빌딩으로 옮긴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기관재매각(셀다운) 작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G는 내년 상반기 프랑스 본사를 2012년부터 사용하던 CB21타워에서 CBX타워로 옮기기로 했다. CBX타워는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중심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다. 총 31층, 전체면적 4만1000㎡ 규모다. 파리 시내와 연결되는 급행철도(RER), 파리 지하철 1호선, 프랑스 국철(SNCF) 등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대신증권과 함께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티쉬먼 스파이어로부터 CBX타워를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 2016년 티쉬먼 스파이어가 프랑스-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은행으로부터 매입한 가격(27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액수였다.
인수 당시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 등 유명 기업들이 건물의 80% 이상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기존 임차인인 덱시아뱅크 등이 사무 공간을 줄이면서 공실률이 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하지만 AIG 입주가 결정되면서 하나금투가 한시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으로 지지부진하던 재매각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CBX타워의 일부 물량을 재매각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국내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사들인 파리 오피스 빌딩의 재매각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나금투는 CBX타워뿐만 아니라 르크리스탈리아 재매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에셋대우(마중가타워), NH투자증권(투어에코), 한국투자증권(투어유럽) 등도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라데팡스에 있는 오피스 빌딩은 앞으로 공급 물량이 많아 공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셀다운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