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연내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을 수주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스콜피오 벌커스(Scorpio Bulkers)와 WTIV 1척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2억6500만~2억9000만 달러(약 3168~3467억원) 수준으로, 최종 계약은 올 4분기 초 진행된다. 계약에는 옵션분 3척이 포함됐다. 확정분 납기는 오는 2023년이다.
스콜피오 벌커스가 대우조선에 WTIV 건조를 의뢰한 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해상풍력 시장 진입을 위해서다.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자 신조선을 주문해 시장 진출에 나서려는 것.
에마누엘레 A. 라우로 스콜피오 벌커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가 배기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필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상 바람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사회에서 이 프로젝트를 세심하게 평가했으며, 이번 사업으로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과 예측 가능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콜피오 벌커스만 WTIV에 눈독을 들이는 건 아니다. 노르웨이 아르네 블리스타드의 석유회사 오프쇼어 헤비 트랜스포트(OHT)는 중국 조선사인 자오상쥐국제유한공사(CMHI)에 풍력터빈용 잭업설치 선박 2척을 신규 발주했다. 발주분에는 옵션 2척이 포함됐다.
이밖에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풍력 발전선 3~4척 발주 입찰을 진행 중이다. 에퀴노르 발주 선박은 옵쇼어 터빈을 보수 유지할 수 있고, 작업자들을 수송할 수 있다. 머스크도 WTIV 1척을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풍력 터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WTIV 발주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다. 풍력 터빈 사이즈 증가로 선주들은 신조선 발주를 보류해왔으나 터빈 용량 경쟁이 12MW선에서 멈춰서면서 이에 필요한 풍력 발전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보 2020년 6월 27일 참고 LNG선 이어 풍력 발전선 발주 조만간 터진다> WTIV 글로벌 오더북은 3척에 불과하며, 서비스에 투입된 선박은 15척이다.
스콜피오 벌커스가 대우조선에 건조를 의뢰한 건 대우조선의 기술력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9년 유럽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독일의 알베에그룹의 자회사 알베에이(RWEI)로부터 WTIV을 수주해 인도했다. 기존 바지선 형태가 아닌 플랫폼 타입으로는 세계 최초이다. 선박은 길이 109m, 폭 40m이고, 기둥 높이 120m, 날개 길이 60m에 달하는 5MW급 해상풍력발전기 4기를 싣고 최대 7.5노트(시속 13.9km)의 속력으로 운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풍력 발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주사들이 풍력 발전선 입찰을 서두르고 있다"며 "대우조선은 당시 건조를 통해 해상 풍력 발전기 설치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