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이어 포르쉐, 배터리 공장 투자…거세지는 독립운동

독일 커스텀셀즈와 튀빙겐에 합작 공장
LG화학 배터리 비중 축소 전망

 

[더구루=오소영 기자] 포르쉐가 독일 배터리 업체 커스텀셀즈(Customcells)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폭스바겐과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이어 포르쉐마저 공장 투자를 단행하며 유럽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사업에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르쉐는 커스텀셀즈(Customcells)와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한다. 양사는 합작사 셀포스 그룹(Cellforce Group)을 설립했다. 합작 공장은 튀빙겐에 위치하며 투자액과 생산능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튀빙겐 공장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생산해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르쉐는 현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유럽 공통의 이익 프로젝트(IPCEI)'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터리 투자를 지원 중이다. 독일 배터리 회사인 바르타(Varta)는 IPCEI의 일환으로 3억 유로(약 4200억원)를 조달했다. 지원금은 배터리 셀 개발과 생산에 쓰였다. 독일 바스프(BASF)와 BMW, 오펠(Opel), 유미코아(Umicore) 등 4곳도 IPCEI의 혜택을 받았다.

 

포르쉐가 자체 생산에 나서며 장기적으로 LG화학 의존도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현재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첫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Taycan)'에 LG화학의 배터리 셀이 들어갔다.

 

포르쉐는 향후 전기차 모델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대응을 위해 합작 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겠다는 전략이다.

 

포르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배터리 시장의 높은 성장성도 포르쉐가 투자에 나선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2018년 처음으로 100GWh를 넘어섰다. 2030년에는 30배 이상 증가한 3066GWh로 예측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독립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에 9억 유로(약 1조1700억원)을 투자했다.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 셀 양산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PSA 산하 오펠도 배터리 업체 샤프트와 독일 카이저슬라우텐에64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10위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한중일 업체들이 모조리 석권해왔다. 올해 상반기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LG화학이 한국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유럽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부에서는 K배터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장 시장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기업의 배터리 사업은 대부분 상용화 단계가 아닌 투자와 개발 단계에 그쳐 있다"며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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