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테슬라가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 대만 TSMC를 낙점했다. 내년 4분기부터 대량 양산을 추진해 차기 자율주행차에 탑재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테슬라를 등에 업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테슬라와 미국 브로드컴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반도체를 수주했다. TSMC가 생산한 칩은 자율주행 통합시스템인 'HW 4.0'으로 완성돼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 탑재된다.
TSMC는 7나노미터(㎚·이하 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용 칩을 생산한다. 초기 생산량은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으로 2000장이다. 2021년 4분기부터 대량 양산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2022년 출시 차량까진 HW 4.0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앞서 삼성전자에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왔다. HW 4.0의 이전 버전인 HW 3.0에 사용된 칩은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됐다. 이 칩은 모델S·X·3에 탑재됐다.
테슬라가 HW 4.0부터 TSMC로 거래처를 바꾸며 삼성전자가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주행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틀을 닦고 파운드리 선두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 수요처 중 하나다. 기존에는 차량 한 대에 평균 200~300개의 칩이 들어갔다면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출하량이 2019~2030년 연평균 20.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지면서 TSMC와 삼성전자의 초미세 공정 경쟁은 차량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독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뮌헨'에서 8나노 공정 기반의 차량용 파운드리 플랫폼을 공개하자 TSMC는 이듬해 7나노 기반 플랫폼을 선보였다. TSMC가 공개한 자동차 설계 지원 플랫폼(ADEP)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인공지능 추론 엔진의 설계 기간을 단축시킨다.
TSMC는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와 5나노 기술 도입에 손을 잡았다. 내년부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5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샘플을 제공한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의 절대 강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4.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15.9%)와는 40%포인트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