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포스코 등에 미얀마군 산하 기업인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MEHL)와의 합작 투자를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합작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로향야족 대학살 등 인권침해를 자행한 미얀마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UN)에 이어 포스코 등을 압박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앰네스티 등에 따르면 MEHL이 미얀마군에 배당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앰네스티가 공개한 MEHL 주주 기록을 보면 미얀마군이 이 회사 지분을 3분의 1가량 보유하고 있다. 1990년 설립 이후 매년 배당금을 지급했다.
미얀마군은 지난 2017년 라카인주(州) 마웅토 인딘마을에서 이른바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로 불리는 로힝야족 대학살을 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소됐다. 당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74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앰네스티는 "이번에 공개된 내부 문서는 미얀마 군대가 MEHL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증거이고 군과 이 회사가 매우 밀접한 관계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특히 이사회가 고위급 군인들로 구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무의식적으로 인권침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MEHL이 외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면서 군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며 "사업 파트너들은 HEHL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앰네스티는 포스코와 이노그룹, 일본 기린, 필리핀 팬퍼시픽 등을 지목했다.
포스코는 미얀마 포스코 스틸과 미얀마 포스코 C&C 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MEHL과 합작 투자 중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텔레그래프에 "미얀마 포스코 C&C는 2013년 설립 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미얀마 포스코 스틸은 지난 2017년 마지막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며 "배당금이 원래 사업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MEHL에 확인 요청했다"고 전했다.
기린은 MEHL과의 합작 투자를 재검토하는 중이다. 기린은 MEHL와 미얀마 브루어리(MBL) 등 두 개의 합작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린은 "합작 투자 수익금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됐지는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팬퍼시픽은 MEHL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엔(UN) 미얀마 독립진상조사단은 지난해 8월 내놓은 '미얀마군의 경제이익' 보고서에서도 포스코 등을 포함해 미얀마군 기업과 사업 파트너십을 맺은 해외 14개 기업을 지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