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프로젝트G'…"회사 발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재판 증언

이재용 2차 공판서 삼성 前직원
"이슈 대응에 자문…실제 이건희·이재용 보고 몰라"
檢 "승계·계열분리 위해 만든 시나리오"

[더구루=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안으로 알려진 '프로젝트G'가 처음 공개됐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세웠다는 검찰 측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 일환이었다는 증인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 스모킹건 '프로젝트G'…"합병, 고려사항 중 하나였을 뿐"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관계자 10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약 6시간 동안 프로젝트G 작성을 주도했던 전직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를 증인신문했다. 

 

한씨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미전실)과 함께 프로젝트G를 비롯해 비롯해 삼성그룹 관련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에도 몸을 담은 인물이다. 

 

프로젝트G는 이번 재판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검찰은 프로젝트G가 미전실 주도 하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가치는 고평가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저평가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프로젝트G에 대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여러가지 사안들을 정리한 보고서"라며 "당시 기존에 있었던 규제와 긴규로 도입되는 규제들이 있어서 삼성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이슈에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저희가 생각할 수 있었던 방안과 시장에서 얘기되던 것들을 종합해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프로젝트G가 본질적으로 승계와 계열 분리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이어갔다. 일감몰아주기, 금산분리 해소, 대주주의 삼성물산 지분 확대 등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필요성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핵심은 대주주인 고(故) 이건희 회장 일가의 영향력 강화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씨는 "고려사항 중 하나"일 뿐 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그룹 지분율을 목표로만 해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자는 게 아니라 당연히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회사도 같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을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본 것은 맞지만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 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가지 장단점이 있어 합병을 전제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다른 의사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머스트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추후 증여세 과세로 계열사 지분이 약화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분 승계가 발생하면 증여세를 50% 내야한다고 했을 때 대주주의 지분을 팔아 과세 금액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라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 "커뮤니케이션 준비 방안, 대내외 오해 방지용"

 

검찰은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부터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미전실 주도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프로젝트G 등을 통해 드러난 추진 일정,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준비 내용 등을 증거로 삼았다. 

 

한씨는 대내외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방안은 어느 회사나 만든다"며 "당시 외부에서 봤을 때 삼성이 미전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오해를 해서 이를 없애보자는 논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문서를 어떻게 남겨야 하느냐,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와 실무자끼리 논의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패션사업 양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업소개(IR) 활동 자제를 요청한 것이 의도적인 주가 시세조종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IR 활동을 하다 보면 거래 진행 사실이 유출되는 등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것이지 주주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취지는 아니며, 실제 거래로 인해 주가가 급등할지 떨어질 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이건희·이재용 실제 보고 여부 몰라"

 

한씨는 프로젝트G 문건에서 언급된 'A'와 'VC'가 각각 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을 가르킨다고 인정했다. 다만 실제 총수 일가에 보고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쓰러진 이후 프로젝트G의 일정이 변경되는 등 급진전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일정이라는 것이 시장 상황 등 여러 변수가 굉장히 많고 상하반기 등을 예측한다는 것은 목표사안일 뿐"이라며 "실제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황을 아는 것도 아니고 왜 일정이 바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추측해 말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실제 보고서가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에 보고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전실에서 연락하던 인물이) 보고용이라고 해도 실제 보고됐는지는 모른다"며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긴 하지 활용됐는지, 어떤 논의를 거치는 지도 모르고 알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 등의 3차 공판은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끝내지 못한 검찰 측의 주신문과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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