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3나노미터(nm) 기반 차세대 모바일 칩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자체 칩 생산 난항에도 핵심 반도체 제조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달 22일 중국 특허청에 '기린(KIRIN) 9010'이라는 상표권 등록했다. 현재 출원을 신청하고 심사 대기중이다.
기린은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직접 설계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명이다. 화웨이는 대만 TSMC에 기린칩을 위탁생산한 뒤 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해 왔다.
새로운 기린칩의 구체적인 스펙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3나노 공정 기반인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는 연내 설계를 완료하고 TSMC에 생산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상표 출원은 하이실리콘이 지난해 9월 미국의 제재로 인해 개발 및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최근 "하이실리콘이 칩을 설계해도 이를 제조할 곳이 없다"면서도 "하이실리콘이 계속해서 연구 개발하고 이를 축적해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산 시점과 관련해서는 내년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TSMC의 3나노 공정이 미성숙할 뿐 아니라 미국 제재로 양사의 거래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오는 2022년 주문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 장비나 기술이 쓰인 반도체를 구매하거나 위탁생산할 수 없다. 하이실리콘은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케이든스와 시냅시스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TSMC를 비롯한 대부분 파운드리 업체들도 미국산 장비를 다수 활용해 사실상 정상적인 반도체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