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과 손잡은 기업들을 보이콧(불매)해야 한다며 기업 목록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로는 포스코강판(POSCO C&C)이 올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NUG 재무 및 투자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에 보이콧 기업 명단을 게재했다.
NUG는 이들 기업이 현지 대기업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MEHL)'와 협력 관계를 맺고 미얀마군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군은 MEHL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강판은 1997년 MEHL과 합작해 미얀마법인을 설립했다. 포스코강판과 MEHL이 각각 지분 70%, 30%를 보유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가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자 포스코강판은 지난달 MEHL의 지분 3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합작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겨지지 않자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강판에 조속한 관계 단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미얀마지지시민모임)은 지난 26일 포스코강판에 진행 상황과 관련해 공개 질의했다.
미얀마지지시민모임은 질의서를 통해 △MEHL 보유 지분 30%를 모두 사들이겠다는 내용의 인수의향서에 대한 MEHL의 답변이 무엇인지 △지분 인수는 언제 완료되는지 △합작관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포스코강판 생산법인이 MEHL이 조성한 공단에 입주하고 있어 임대료를 포함한 경제적 이익을 계속해서 MEHL에 제공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단체는 "미얀마 군부가 지속적으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학살과 고문 등을 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강판과 MEHL의 합작관계 종료는 빠른 시일 내에 완료돼야 한다"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에 대한 대금 지급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MEHL은 1990년 설립 이후 광업, 맥주, 담배, 의류 제조, 금융 등 주요 산업 부문에 진출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식 배당금 형태로 미얀마 군부에 제공하고 있다. 주로 글로벌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이나 이익 분배 계약을 맺어 수익을 낸다. 해당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돼 결국 군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
미얀마 군부대 및 군인들이 회사 주식의 3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부 라카인주에서 소수 무슬림계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학살 등 잔학 행위를 자행한 서부 사령부도 포함돼 있다. 특히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2011년 기준 MEHL 주식 5000주를 갖고 있다. 회사 이사회 또한 군부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