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이 리움미술관의 향후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상표권을 출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일컫는 작품이 사회에 기증돼 기존 정체성이 희석된 만큼 새로운 입지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4일 특허청과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2월 10일 특허청에 '리움(LEEUM)'에 대한 새로운 상표권을 출원했다. 굵은 고딕체로 'LEEUM'이 쓰여 있고 왼편에 리움미술관 내 설치된 은빛 조형물을 연상케 하는 심벌이 추가됐다.
'리움'은 설립자의 영문 성 'Lee'와 미술관(Museum)의 'um'이 조합된 이름으로 지난 2004년 개관 당시 리움의 MI(Museum Identity) 디자인을 맡은 마고 퍼먼(Margot Perman)이 고대 로마 시대의 비문에 쓰인 문자를 현대적으로 변형해 대소문자의 높이가 같은 독특한 MI를 만들었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의 역사적인 순간마다 MI를 변경했다. 지난 2004년 10월 개관 당시 첫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어 2014년 10주년을 맞아 MI에 그래픽 요소를 더해 심미성과 주목성을 높인 바 있다. 로고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타임라인 모티프는 고미술에서 현대미술로, 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리움의 성격을 상징했었다.
특히 이번 상표권 출원은 지난해 10월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한 뒤 이뤄졌다. 삼성은 이 회장이 수집한 미술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이건희 기증관으로 불리는 '리움 별관' 건설도 오는 2027년께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가 거론되고 있다.
리움의 새로운 정체성 심기는 삼성가(家)의 막내인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 맡을 전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끌어왔던 이 이사장은 지난 2018년 남편인 김재열 전 삼성경제연구소장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1월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 운영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으로 형제 중 유일하게 미술을 전공했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결정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