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대만 TSMC가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 일정을 연기했다. 애플의 차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둘러싼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3나노 반도체 생산 시기를 3~4개월 늦췄다. 통상 4~5월 새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야 3나노 칩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TSMC가 양산 일정을 미루며 애플은 'A16 바이오닉'을 3나노 대신 4나노 기반으로 생산하게 됐다. A16 바이오닉은 내년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14에 탑재되며 TSMC에서 위탁 생산한다. 3나노가 아닌 4나노 공정이 적용되는 만큼 차기 아이폰의 성능과 효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는 5나노 대비 칩 면적은 35% 줄며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각각 15%와 30% 향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TSMC는 대만 타이난에 있는 공장에서 장비 설치에 착수하며 3나노 생산에 시동을 걸었다. <본보 2021년 8월 3일 참고 TSMC, 3나노 반도체 장비 설치 개시> 하지만 예상보다 생산이 지연되며 삼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3나노 1세대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2023년 2세대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선제 채용하기로 했다. GAA는 TSMC가 적용하는 기존 핀펫(FinFET)보다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로 평가받는다.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TSMC에 위협이 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온라인 기술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내년 7㎚, 2023년 3㎚, 2025년 2㎚ 반도체 생산 청사진을 공유했다.
다만 TSMC가 탄탄한 주문량을 토대로 파운드리 리더십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TSMC는 애플과 인텔, AMD,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본보 2021년 2월 16일 참고 애플 이어 AMD·엔비디아, TSMC '3나노' 쓴다> 특히 인텔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TSMC에 맡겼다. 주문량이 애플 아이패드에 들어갈 칩 물량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며 유력 파트너사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