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국내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국적 항공사의 수난시대였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물컵 갑질'을 시작으로 오너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폭언 및 폭행 등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항공사 이미지가 실추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오너의 미투(Me Too) 논란, 기내식 대란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특히 오너 리스크로 인해 풀서비스캐리어(FSC)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는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따라 △오너 리스크로 난기류 봉착 △오너 불명예 퇴진 △추락한 FSC '훨훨' 나는 LCC △항공업계 경영 정상화 '올인' 등 총 4회에 거쳐 국내 항공운송업 생태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터질게 터졌다" 오너 리스크로 난기류 봉착
② 나란히 물러난 항공사 '맞수'…불명예 퇴진
③ 추락한 FSC VS '훨훨' 나는 LCC
④ "1등석 폐지, 유급 휴직" 경영 정상화 '올인'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는 '오너 리스크'라는 난기류에 봉착했다. 양대 항공사의 오너 혹은 오너 일가가 저지른 갑질 논란으로 항공사 직원은 물론 대중에게 큰 실망감과 분노를 안겼다. 후폭풍도 대단했다. 문제를 일으킨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항공사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영 악화로 인해 항공사 매각까지 해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0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갑질 논란으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갑질 논란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실추된 이미지 회복과 경영 정상화는 더디기만 하다.
◇'물컵 나비효과'…대한항공, 오너家 수난사
항공업계 갑질 논란 시발점은 한진그룹 총수일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이다. 조 전 전무가 지난 4월 광고 미팅 과정에서 직원에 물컵을 던졌고 해당 사실이 퍼지면서 '물컵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조 전 전무가 던진 물컵은 나비효과가 돼 오너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오너 일가가 전부터 갑질을 일삼았지만 직원들이 함구해 알려지지 않았다가 물컵 갑질 논란 후 그동안 쌓인 의혹을 한꺼번에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조 전 전무의 물컵갑질 이후 오너 일가의 배임 횡령 의혹과 각종 갑질 의혹이 알려지면서 오너 일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경찰 포토라인에 서야했다.
업계에서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촉발된 국민적 공분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이어졌고, 고 조양호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와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 및 폭행 영상이 차례대로 공개되면서 성난 여론과 함께 공든탑이 무너졌다는 평가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상실하면서 이사직 연임 실패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환이 악화돼 미국에서 별세해 충격을 줬다.
◇구설수와 악재 끝에 '금호품' 떠나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이 오너 리스크로 흔들리는 동안 반사이익을 기대한 국적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도 오너의 잘못된 행동으로 구설수와 유동성 위기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성추행 폭로 글을 올리면서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듭되자 박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자신의 불찰이고 책임"이라며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성희롱 논란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여기에 기내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이른바 '기내식 대란'이 터지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기내식 대란은 공급업체를 변경하면서 비롯됐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기내식 공급 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 만료 후 신규 업체로 게이트고메코리아(GGK)을 계약을 체결했으나, 공장 화재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다른 기내식업체 '샤프도앤코코리아'와 3개월 단기계약을 맺었으나 첫날부터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
특히 1주일간 지속된 기내식 대란 과정에서 기내식 업체의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회계 이슈에도 발목이 잡혔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월 부실 회계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을의 반격' 거리로 나온 직원들, 오너 갑질 '성토'
양대 항공사 오너 일가가 갑질 논란을 일으키는 동안 직원들은 거리로 나와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퇴진을 압박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를 가지는가 하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거리로 나와 경영진 퇴진과 갑질을 고발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항공사 직원들은 거리 집회 외 SNS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를 고발하기도 했다.
오너 일가의 잘못이 연이어 드러나자 대중들은 갑질 소비자 문화 지양하며, 항공업계의 갑질 논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갑질 논란으로 항공사 직원은 물론 대중의 공분을 샀다"면서 "특히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 실적 회복을 위해 내실 다지기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