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결제 은행과 통화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물류길을 개척하며 제재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12일 코트라 러시아연방 블라디보스토크무역관의 '러시아 기업들은 어떻게 제재에 대응하고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정부 청사에서 열린 제6회 국제 수출입의 날 포럼 봄 세션 행사에 참석한 러시아 기업들은 서방의 제재 이후 금융과 물류, 파트너 확보 등 세가지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이후 러시아 주요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당하거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금 결제 문제가 현지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다만 과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러 제약이 있지만 결제 통화, 거래 은행 변경 등을 통해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기업은 기존 거래 은행이 제재 대상일 경우 제재받지 않는 대체 은행(지방·소형 은행)에 신규로 계좌를 개설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달러화 결제가 어려울 경우 위안화 등 대체 통화를 활용하고 있다.
서방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활동을 중단하면서 이를 대체할 신규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도 러시아 기업의 과제로 꼽힌다. 먼저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경제적 유사성이 높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가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계‧설비의 경우 중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기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품의 교역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UAE, 터키 등도 주목하고 있다.
물류는 서방 선사들의 운항 중단과 일부 구간 적체 우려로 기존 운송 루트 대신 새로운 경로 개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한 수출기업은 기존 상트페테르부르크항을 통해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수출하던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 힘들게 되자 철도 운송과 블라디보스톡항을 활용하는 대체 경로를 발굴하여 물류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가 권리보호연구소에서 최근 6003개의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가 제재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 중 77.4%는 이미 새로운 상황에 적응했거나 적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코트라는 "러시아 기업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각종 제재로 금융, 물류, 파트너 발굴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2014년 크림 병합에 따른 서방의 제재 이후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했던 것과 유사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서 점차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 기업은 현 상황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만큼 이에 상응하는 러시아 정부의 향후 대응책 마련에도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