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누워서 떡 먹기'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견기업은 감시망을 피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사익을 편취해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서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이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이 공정위의 새 타깃이 된 가운데 매일뉴스에서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310억원짜리 회사로 7012억원짜리 기업을 거느린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이 회장이 보유한 시스템통합업체(SI)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의 최대 주주다. 아들이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우고 이를 통해 얻은 배당금으로 그룹 지분을 확보하는 재벌들의 전형적인 승계 방식은 세방에서도 나타난다.
딸 또한 내부거래로 사익을 챙겼다. 이의순 명예회장의 차녀인 이상희씨는 부동산 임대업체 세방이스테이트의 일감 몰아주기로 배를 불렸다.
◇세방 경영 승계의 핵심 '이앤에스글로벌'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방의 최대 주주는 작년 말 기준 이앤에스글로벌(지분 18.32%)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이상웅 회장이 지분 80%로 최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상웅→이앤에스글로벌→㈜세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앤에스글로벌은 항만 하역, 화물 운송업 등 ㈜세방의 핵심 사업과 무관하다. ㈜세방과 자산은 22배, 매출은 255배가량 차이가 난다.
규모 차이나 사업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이앤에스글로벌을 통해 그룹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에 있다. SI는 자본금이 막강한 기업이 진출해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우기 쉬운 업종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은 내부거래 비중이 2015~2017년 85% 안팎이다. 지난해엔 내부거래액이 41억5112만원으로 전체 매출(72억4826만원)의 57.2%를 차지한다.
내부거래의 절반 이상은 세방전지에서 나왔다. 2015년 내부거래액의 70%에 달하는 41억8956만원을 세방전지를 통해 얻었다. 이후 세방전지와의 거래 비중이 60% 안팎을 오가다 지난해 54%를 기록했다.
세방산업과의 거래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거래가 없었으나 2015~2017년에는 최소 37%에서 최대 70% 정도의 매출을 세방산업에서 올렸다.
이앤에스글로벌이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우며 동시에 이 회장은 매년 수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는 ㈜세방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됐다. 이 회장은 1998년부터 매입에 나서 9.81%까지 지분을 늘렸다. 이앤에스글로벌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계산하면 28.34%에 이른다.
◇세방이스테이트 내부거래 3년 연속 90%
이 회장이 내부거래로 경영권을 얻었다면 이상희씨는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을 편취했다. 이 씨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세방이스테이트의 지분 28%를 가지고 있다. ㈜세방(40.2%)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세방이스테이트는 2016~2018년 3년 연속 내부거래율이 90%를 넘었다. 2016년 내부거래액은 17억1693만원(93.5%)이었으나 지난해 36억7627만원(96.8%)으로 뛰었다.
세방이스테이트의 내부거래는 세방전지에 집중됐다. 세방전지와의 거래액은 최근 2년 연속 21억원을 넘으며 전체 내부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이 씨가 지분 28%를 보유한 세방산업도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거론된다. 세방산업은 축전지 부품 제조업체로 내부거래 전체가 세방전지에서 나온다.
세방산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78%에 해당하는 386억7004만원을 세방전지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7년과 2016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84.41%, 87.9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