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구루] 연매출 '2兆 시대'…존림 삼바 사장, 'K-바이오 미래' 이끈다

"경쟁사보다 2배 빨리 위탁생산"…내년 빅파마 등 6곳 확대
사업다각화에 수익성 제고, CDMO선두 캐털란트·론자 제쳐

[더구루=한아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중 절반이 넘는 12곳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사업 맏형격인 삼성바이오로직의 행보에 'K-바이오 미래'는 밝다. 


"세계 톱티어(Top Tier) 기업으로 도약"이란 특명을 받고 취임한 존림 사장의 2년 경영 성적표에서 합격점이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 취임한 그의 리더십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림 사장은 일본 글로벌 제약사 야마노우치(현 아스텔라스) 미국법인에서 근무를 시작으로 스위스 로슈 및 제넨텍 등에서 생산 및 재무 전문가를 역임한 '제약 바이오 전문가'로 꼽힌다.


"향후 CMO(위탁생산), CDO(위탁개발), CRO(위탁연구) 등의 부문에서 글로벌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서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로 본격 도약하겠다." 림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CMO 사업의 경우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공장 증설을 지속해 나가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업계 1위 자리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CDO와 CRO 사업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핵심 경쟁력이라고 보고, 기술력과 역량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계획하겠다는 계획이다. 


림 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 것은 2018년이다. 삼성은 림 사장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이상 글로벌 제약사에서 성공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은 림 사장은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삼성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한 후에는 현존 세계 최대 규모 플랜트인 제3 공장 운영을 총괄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주 확보 및 조기 안정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생산량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도를 쌓은 덕분에 GSK, 일라이릴리 등 세계적인 제약사로부터의 수주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지 2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배경에도 그의 글로벌 감각에 대한 높은 내부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만 살펴보더라도 나무랄 데 없다. CEO에 대한 평가기준은 기업마다 상이하겠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 주가를 정량 평가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사 늘려 성장 기반 다져… 수익성도 CDMO 선두기업 제쳐


올해 실적 역시 최대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연간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6313억원, 영업이익 7812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67.9%, 45% 증가한 수치다. 오는 2024년 매출은 4조1726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해 매출이 1조568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3년 만에 약 2.7배 덩치가 커진다고 봤다. 

 

매출 수백 억원 수준의 기업이 급격히 덩치를 키운 사례는 있어도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가파른 계단식 매출 상승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을 뿐 아니라 파트너사를 늘리는 등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무엇보다 림 사장이 이끄는 동안 CDMO 글로벌 선두인 스위스 론자와 미국 캐털런트를 수익성 면에서 추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광수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유럽기획연구 저널에 발표한 논문(바이오제약 산업에서의 퀀텀점프:한국의 유럽과 미국 따라잡기 사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캐털런트에 이어 지난해 론자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림 사장이 CDMO 사업 역량과 수익성을 강화한 1등공신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안팎에선 림 사장은 마케팅통·재무통으로 통한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제넨텍에서 마케팅·재무 담당 임원 등을 거쳐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12월 인사로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림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먼저 시도했다. 그는 의약품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 서비스(CDO)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위탁개발(CDO)는 당장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생산 전주기 서비스를 제공해 위탁생산(CMO) 고객을 미리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사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존에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에 상업용 물량의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체질 개선도 이뤄냈다. 바이오의약품 외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레카네맙·도나네맙 등 알츠하이머 항체 의약품 시장 형성이 가시화와 면역관문억제제들의 적응증 확대 등으로 항체 의약품의 견조한 수요 증가로 CMO 사업 성장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 다각화·생산 역량 확대로 대형 수주 노려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약 7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코로나 시기에 모더나를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위탁 생산했다.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수주한 금액은 85억달러(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등 해외 공장을 인수합병(M&A)하는 등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있다.


올들어 파트너사 확장이 이뤄지고 있어 몸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 톱 20 가운데 12곳을 고객사로 뒀다. 내년엔 글로벌 빅파마 6곳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단 목표다. 고객사의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추가 대형 수주와 신규 빅파마 유치를 달성하겠단 계획이다.


림 사장의 경영 전략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림 사장은 임직원에 공장 건설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 이전 기간을 대폭 줄일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규모인 4공장은 지난 2020년 11월 착공 2년 만인 올해 10월 부분 가동을 예정하고 있다. 기술 이전 기간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모더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완제 위탁생산 계약 이후 5개월 만에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 출하하는 기록을 세웠다. 림 사장은 "보통 경쟁사들이 공장 완공에 4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해 2년 만에 첫 부분 가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2배 빠른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가 차세대 제약·바이오 인재를 키우는 데 적극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10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이끈 '혁신 의지'와 '도전 정신'을 계승하고 '협업'을 강화해 세계 톱티어를 향해 도약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림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사명감이다.

 

다음은 존림 사장의 프로필이다.

 

▲1961년생 ▲1985년 미국 콜롬비아대 화학공학 학사 ▲1983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1985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 ▲1989년 야마노우치 최고재무책임자(CFO) ▲2004년 제넨텍 CFO ▲2010년 로슈 CFO ▲2018년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 CMO2 담당부사장 ▲2018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CMO2센터장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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