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이연춘 기자] 롯데면세점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을 위한 첫 번째 전진기지로 지목한 곳은 호주 시드니다. 2018년 8월 JR듀티프리(JR Duty Free)로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의 5개 면세점을 인수한 뒤 2019년 1월 국내 면세업계에선 처음으로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시드니 시내점은 롯데면세점의 오세아니아 지역 첫 신규 매장으로, 향후 10년간 1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드니 시내점을 발판 삼아 호주 최대 면세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시드니 중심가. 빅토리아빌딩이라는 고급 쇼핑몰에서 두블록 떨어진 곳에 낯익은 엠블럼이 눈에 띄었다. 빨간색 간판 롯데면세점(LOTTE DUTY)이 시드니 중심가인 중심상업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시드니 시내점은 총 3개 층의 전체 면적 약 3000m2(907평) 규모로 화장품, 향수, 주류, 시계, 주얼리 등의 카테고리에서 15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국내 면세점이 처음으로 호주 면세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심상권의 밀집도가 높은 시드니 특성상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에 바로 옆에 명품 거리가 위치해 있어 관광 수요가 회복될 경우 직접적인 시너지가 기대되기도 하는 곳이란 평가는 받는다.
K-드라마, K-팝 등 K-컬처의 인기를 등에 업고 K-뷰티 제품 코너에는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K-코스메틱' 존을 따로 운영하고 설화수, 라네즈 등 등의 브랜드를 마련했다. 이외 에스티 로더, SK-II, 라 프레리 등 60여 개의 국내외 유명 뷰티 브랜드가 입점한 지역 최대 규모의 화장품 매장을 통해 차별화했다. 이곳을 찾은 고객 대부분이 K뷰티 상품을 하나씩 들고 쇼핑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호주 관광 시장 회복세에 맞춰 상품 카테고리별로 차별화한 운영 전략을 선보였다. 화장품의 경우 호주 현지 소매가 대비 평균 15%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주류와 시계 카테고리에 있어선 내국인을 겨냥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주류의 경우 타 국가 대비 면세 반입 한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해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로컬 와인 및 증류주 특화 매장을 선보이는 한편, 전통 와이너리 콘셉트의 시음 공간을 별도로 운영해 고객을 발길을 사로잡았다.
호주서 무관세 품목인 시계도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자랑했다. 부가세만 붙인 가격으로 소매 판매가 가능하다. 오메가, 브라이틀링, 론진 등 10여 개의 유명 시계 브랜드를 내세워 해외 출·입국객뿐만 아니라 호주 내국인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출점 1년 앞둔 롯데면세점 실적은 우상향세다. 지난달 전년 오픈 한달 대비 입점객은 2배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330% 증가했다. 이 기간 오세아니아 전체 매출도 130% 올랐다. 롯데면세점이 맡은 주요 역할은 마케팅과 관광객 모집이다. 블루오션인 호주 면세 시장에 한국에서 쌓아온 면세 사업 노하우를 접목했다. 향후 롯데면세점은 호주 면세 시장이 일정 수준까지 회복한 이후에는 최상위급 패션 및 주얼리 브랜드를 부티크 매장 형태로 입점시켜 구매력이 큰 고객군을 공략해나갈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1조3000억원의 오세아니아 면세시장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시드니시내면세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오픈할 멜버른공항점은 롯데면세점의 글로벌사업 확대와 시장회복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은 2024년 오세아니아 1위 면세사업자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