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이끄는 라피더스가 2027년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이어 1.4나노 개발에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연구 협력과 일본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삼성전자와 TSMC를 넘어선다는 포부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은 "1나노는 큰 도전이 될 것이나 2나노와 1.4나노는 자신 있다"고 전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TSMC가 2나노 칩 양산과 관련 제시한 목표 시점(2025년)보다 2년 늦다. 라피더스는 2나노에 이어 1.4나노 개발을 신속히 추진해 삼성과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히가시 회장은 라피더스가 업계 강자로 부상하는 데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봤다. 그는 "시장에서 1위가 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특정 분야의 칩 제조에 집중한다면 엄청난 기회가 우리 앞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피더스의 자신감은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비롯된다. 라피더스는 벨기에 소재 연구기관 IMEC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관한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IBM과도 2나노 반도체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IBM의 반도체 연구소 알바니 나노테크 콤플렉스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연구를 추진한다. GAA는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존 공정 대비 면적은 45% 작고, 소비전력은 50% 적게 드는 칩을 제조할 수 있다.
히가시 회장은 "TSMC를 비롯해 시장 선두 업체들과 최첨단 기술 연구를 하는 소재·장비 회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파트너들은 우리에게 기술과 교육 제공에 있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의 강자다.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에 'ABF(Ajinomoto Build-up Film·아지노모토 빌드 업 필름)'를 공급하는 아지노모토와 반도체 테스트 장비사인 아드반테스트 모두 일본 업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 제조 장치 시장에서 25% 이상의 점유율을 올려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히가시 회장은 일본의 탄탄한 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해 미세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에는 주요 재료와 부품, 장비 공급사가 있다"며 "그들 중 상당수가 기밀 유출을 우려해 해외보다 일본 반도체 제조사들과 협력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자금 조달 계획도 언급했다. 히가시 회장은 "2027년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정부와 파트너사에서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라며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궁극적인 목표는 재정 독립과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이라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작년 8월 일본 토요타와 키옥시오, NTT, 소프트뱅크, NEC, 덴쏘, 미쓰비시UFJ 등 주요 기업 여덟 곳이 총 73억엔(약 718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일본 정부로부터 설립 당시 700억엔(약 6890억원)에 이어 지난달 2600억엔(약 2조5610억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