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네덜란드가 중국 국영기업 윙텍 테크놀로지(이하 윙텍) 자회사인 넥스페리아의 인수 작업에 훼방(?)을 놓는다.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네덜란드 전력관리반도체 회사 '노위(Nowi)'를 품으려는 넥스페리아의 계획을 조사한다. 미국의 규제에 공조하며 중국의 반도체 산업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노위 인수를 검토한다.
이번 조사는 최근 발효된 새 법안에 따라 이뤄진다. 이 법안은 민감한 기술 유출을 막고 국가 안보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해외 기업이 중요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 회사에 투자 또는 인수를 추진할 때 네덜란드 정부가 이를 감독하고 필요시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내용을 담았다.
네덜란드 경제기후부는 넥스페리아의 노위 인수도 조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넥스페리아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 윙텍의 자회사로 있어 잠재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미키 아드리안센스 경제기후부 장관은 "네덜란드 기업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만 일부 산업군에서 우리는 정말 취약하다"며 "포토닉스와 양자, 레이더, 센서, 반도체와 같은 민감한 기술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으며 우리는 해당 분야의 지식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가 조사에 돌입하며 넥스페리아의 노위 인수는 불투명해졌다. 넥스페리아는 영국 파운드리 회사 뉴포트 웨이퍼 팹(NWF) 인수를 두고도 현지 정부와 갈등하고 있다. 영국은 네덜란드와 동일한 이유로 넥스페리아의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넥스페리아가 NWF 지분율을 14%에서 100%로 높이자 영국 정부는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넥스페리아의 발목을 잡으며 '대(對)중국 규제 전선'은 넓어지는 분위기다.
미국은 작년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동맹국인 네덜란드에도 동참을 요청했다. 미국의 압박은 먹혔다. 네덜란드는 미세 공정 구현의 핵심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심자외선 장비 공급도 중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지난 3월 국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르면 올해 여름 새 규정이 도입돼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 없이 EUV 장비 수출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