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궈시안의 북미 법인인 '고션'이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신공장 부지 매입은 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반발 여론을 뚫고 미국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낼 근거를 확보했다.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13일(현지시간) 고션의 공장 건설을 검토할 관할권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고션의 빅 래피즈 지역 내 부지 매입은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라 규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션은 작년 10월 미시간주 빅 래피즈에 23억6000만 달러(약 3조17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었다. 양극재 연간 15만톤(t), 음극재 5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2300명 이상 고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션은 신공장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하도록 했다. 배터리 양·음극재는 광물에 포함된다.
고션이 투자를 결정하자 미국 정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이들은 모기업이 중국 회사인 고션의 투자가 진행되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했다.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IRA의 목적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지난 3월 중순 미시간주 메코스타 카운티 그린 차터 타운십에서 열린 정기 회의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고션 공장 건설에 반발하며 소란이 일었었다. <본보 2022년 3월 21일 참고 CATL 이어 궈쉬안 반발 부딪혀…美 배터리 소재 공장 무산되나>
고션은 불만을 잠재우고자 지난 4월 CFIUS에 자발적으로 서류를 내고 안보 위협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내며 공장 투자에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션은 앞서 미시간주 상원 세출위원회로부터 1억7500만 달러(약 2230억원)의 인센티브 지급 안건을 승인받았다. 30년 동안 약 6억3600만 달러(약 8130억원) 상당의 세금 감면을 포함해 약 8억 달러(약 1조원)의 인센티브를 획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7월 착공해 2025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생산 물량은 북미 고객사에 납품된다. 궈시안은 중국에서 다진 탄탄한 고객 기반을 토대로 해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에 협력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국 완성차 업체와 2023~2028년 총 200GWh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고션의 공격적인 행보를 우려하는 미국 내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CFIUS의 발표 직후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물러나르 상원의원(미시간)은 "고션은 CFIUS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고션이) 비밀을 지키는 동안 모두가 확인한 문서는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한 궈시안의 정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