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중국에서 세계 최대 조선소가 탄생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이미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이 인수를 추진한 데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합병 움직임이 잇따를 전망이다.
각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선 이번 중국 조선소 합병 승인이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조선소가 합병을 승인한 만큼 한국 조선소의 기업결합심사 통과에 무리 없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SASAC)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양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합병을 승인했다.
국자위는 중국 국유자산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50조 위안 이상 국유자산을 직접 감독하고 있으며, 국유기업 개혁을 총괄한다.
국자위의 합병 승인으로 중국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에 달하는 세계 최대 조선소가 탄생한다. 새 국영 기업 이름은 중국조선집단(CSGC)이고, CSSC가 경영을 주도한다. 두 조선사가 합병 후 연 매출은 5080억 위안(약 86조원)으로 국내 조선 3사 매출 합계의 두 배를 웃돌게 된다.
선박 건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준 CSSC와 28개 연구소를 두고 설계에 집중하는 CSIC의 합병 성사로 중국 시장 시장에서 새로운 선박 주문 및 수리 계약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 해양조선 점유율을 장악하게 된다.
수주 잔량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을 뒤쫓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SSC 수주잔량은 세계 시장의 11.5%를 차지하는 9250만DWT이며 CSIC는 602만DWT라고 밝혔다. 이 둘을 합치면 9852만DWT가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수주 잔량 점유율은 21.6%가 된다.
다만 이번 합병으로 국내 조선업계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수주 비중이 높고, 주력 선종이 다른 데다 기술력에서도 최신 기술이 필요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뒤처져 있어 독과점 경쟁 우려도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 조선소 합병은 전부터 감지됐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부터 중국 1·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 등의 합병에 시동을 걸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중국 선박공업총공사가 지난 1999년 7월 1일 창장(長江)을 경계로 CSSC와 CSIC로 분할된 지 20년 만에 다시 합치는 방안이 추진됐다.
여기에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양회(兩會)에서 샤오야칭(肖亞慶)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주임(장관급)이 “올해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일 것이며 설비제조, 선박, 화학공업 등 영역에서 전략적인 합병을 적극적이며 온당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연내 합병이 기정 사실화됐다.
중국은 조선소 간 합병을 필요에 따른 전략적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한국 초대형 조선소 탄생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조선소의 의도적인 몸집 불리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소 합병을 승인한 만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인수 기업결합심사 역시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22일 중국에 대우조선 주식 취득 관련 기업결함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 정부는 120일간 한국 조선소의 인수합병이 글로벌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최종 인수합병에 성공하려면 한국 외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함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관계 악화로 심사 거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합병이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승인 거부 비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