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선택을 받은 미국 스타트업 '누볼라 테크놀로지(옛 밀리뱃, 이하 누볼라)'가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줄여주는 분리막 개발에 성공했다. 양사 간 사업 협력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안전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누볼라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은 리튬이온배터리용 직접 증착 분리막(Direct Deposition Separator, DDS) 코팅 소재 '세이프코트(SafeCoat)'를 공개했다. 누볼라에 따르면 세이프코트는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플라스틱 필름 분리막을 대체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힌다. 배터리 원가의 15~20%를 차지한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 발열과 화재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등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에 집적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이프코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름 기반 분리막이 아니라 전극 표면에 직접 분사되는 다공성 폴리머 코팅 소재다. 현재 여러 주요 배터리 제조사, 완성차 업체와 제품을 평가 중이다. 오는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필름 주름, 찢어짐 등 미세한 분리막 결함은 보통 배터리가 완전히 조립된 후에야 확인이 가능했고, 결국 셀 전체를 폐기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컸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몇 달 혹은 몇 년 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잠재적인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세이프코트를 사용하면 불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시 개별 전극 단위에서 감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배터리 내 분리막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 에너지밀도도 개선된다는 게 누볼라의 설명이다. 플라스틱 분리막 필름은 보통 20마이크로미터(㎛)두께이지만 누볼라의 세이프코트는 초박형 5㎛ 두께를 자랑한다.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활물질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플라스틱 분리막 필름을 사용하는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면적 기준 에너지밀도가 최대 20% 향상된다.
누볼라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배터리 소재 개발 회사다. UCLA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원이었던 허인영 대표와 리랜드 스미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공동 창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제3회 LGES 배터리 챌린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배터리 챌린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배터리 분야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운영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기업과 사업 협력을 추진한다.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차세대 배터리 분야 혁신기술 특허 등 지식재산권 공유 등을 통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누볼라와의 파트너십도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가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안전성 확보가 관련 기업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볼라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