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해운업계에 선박 풍력추진 기술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해양환경규제가 강화되자 대형 상선의 동력원으로 풍력까지 확대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초대형 무역회사 카길(Cargill)은 21일(현지시간) 일본 미쓰비스(Mitsubishi Corporation)외 영국 선박 엔지니어링 회사 바(BAR) 테크놀로지, 노르웨이의 해양 정화 솔루션 기업인 야라마린 테크놀로지(Yara Marine Technologies)와 협력해 미쓰비시로부터 용선한 벌커 '픽시스 오션(Pyxis Ocean)'호에 차세대 풍력추진 설비인 '윈드윙스(WindWings)'를 설치했다.
이들 4개사는 픽시스 오션의 성능을 향후 몇 달 동안 꾸준히 모니터링해 설비의 설계, 운영, 및 성능을 더욱 개선할 예정이다.
윈드윙스는 바 테크놀로지와 야라 마린 테크놀로지가 협력해 개발한 37.5미터 높이의 친환경 풍력 솔루션 돛이다. 설비가 신조선에 탑재될 경우 선박의 연료소비율을 약 30% 개선할 수 있고, 선박이 대체연료를 사용할 시 개선 폭을 추가로 늘릴 수 있다.
픽시스 오션호에 윈드윙스를 탑재하는 작업은 중국 코스코(COSCO)의 야드에서 이뤄졌다. 개조를 마친 선박은 현재 해당 설비를 활용한 첫 항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운업체인 터프톤(Tufton)도 자사 보유 벌커에 풍력추진 설비인 로터세일(rotor sail, 원통형 돛)을 탑재해 연료 소모를 1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 원기둥 형태의 로터세일은 선박이 운항할 때 부는 바람을 받아 회전하는 원기둥에서 압력 차이가 발생하는 '마그누스 효과'를 활용해 선박에 보조 추진력을 제공한다.
노르웨이 선사 오드펠(Odfjell SE)은 스페인의 풍력 추진 기술 스타트업 bound4blue(b4b)의 '이세일(eSAIL)' 풍력 추진선 기술 시스템을 케미컬탱커에 도입한다. 이 설비는 흡입하는 돛(suction sail)으로 알려진 풍력 보조 시스템을 활용해 연료소비량과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팬오션이 최초로 지난 2021년 5월 브라질 발레(Vale)와 협업해 32만5000DWT급 초대형 벌크선(VLOC) '시저우산'(SEA ZHOUSHAN)호에 높이 24m, 지름 4m 규모의 노스파워사 로터 세일 5기를 설치했다. 팬오션은 로터 세일을 통해 6~8%의 연료 절감 및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풍력을 이용한 선박 추진기술은 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CII) 등의 해상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실현 가능 솔루션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풍력 추진 기술 도입 만큼 풍력추진선의 선복량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국제풍력선박협회(IWSA)에 따르면 연초 140만DWT 규모였던 풍력추진선 선복량이 연말이면 최대 300만DWT(약 50척) 규모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