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큐셀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추진중인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본격 착수하기 전부터 잇단 장애물에 직면했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오래된 법적 제도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 '오리건캐피탈크로니클(Oregon Capital Chronicle)'에 따르면 한화큐셀 미국법인은 린카운티 해리스버그에 있는 토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한 승인 신청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조만간 주 에너지 시설 부지 선정 위원회와 토지 보존·개발부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화큐셀이 추진중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논밭으로 사용되는 부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영농과 발전을 병행하는 시설이다. 현지에 처음 들어서는 형태의 발전 시설인 만큼 관련 토지 이용법이나 환경 보호법 등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부터 허가를 내줘야 하는 주정부와 허가를 받으려는 한화큐셀까지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지역에서 기존과 같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해당 부지 인근에 서식하는 물고기, 철새를 비롯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 시스템 부재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허가 여부에 대한 근거가 될 법이 미비한 상황이다. 현행 토지 이용법인 ‘상원 법안 100'은 지난 1973년 통과돼 청정에너지 등 신에너지 사업을 뒷받침할 제도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환경 영향 평가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다른 주들과 달리 50여년 전 세운 19개 목표에 근거, 이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허가의 기준이 된다.
오리건주는 올해 상원에서 태양광 사업 관련 2개의 법안 '상원 법안 3179·3409'를 통과시키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상원 법안 100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다 세부적으로 새롭게 통과된 법안과 상충되는 요소들이 많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포틀랜드에서 열린 태양광 산업 컨퍼런스 'OSSC(Oregon Solar+Storage Conference)'에서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 관련 주 법적 시스템 부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알렉시스 해머 오리건주 토지 보존·개발부 입법·정책 코디네이터는 "주의 규정 입안자들이 50년 전에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현대적 수요를 상상할 수 없었다"며 "현재 시스템은 기후와 청정 에너지에 대한 주의 목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큐셀은 1588에이커 규모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내년 3분기 착공하고 오는 2025년 4분기 상업 운영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새로운 시설 이름은 ‘머디 크릭 에너지 파크’로 명명했다. 최고 높이 3.65m가 넘는 첨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며 199MW 배터리 저장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199MW는 약 3만3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본보 2023년 6월 14일 참고 한화큐셀, 美 오리건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