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보험사까지' 현대차·기아, 美 차량 절도 보상 소송 'Go On'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된 1조2900억원 상당 청구금 보상 요구
"현대차·기아 차량은 '도둑 친화적인 자동차'" 거센 비난까지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에서 차량 절도 관련 소송에 또 휘말렸다. 소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이번엔 현지 보험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일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보험사들은 지난 15일 현지 로펌 코젠 오코너(Cozen O'Connor PC)를 통해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사건 번호 No. 8:22-ML-03052-JVS, 11/15/23)을 제기했다. 현대차 변호는 제너&블록 LLP(Jenner & Block LLP)가 맡았다.

 

원고는 피고에 차량 절도 범죄 피해를 입은 보험 가입자에게 기지급된 10억 달러(한화 약 1조2900억 원) 상당 청구금을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기아 일부 차량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어 범죄의 타깃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엔진 이모바일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어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한 2011∼2021년형 모델과 2015∼2021년형 모델에 이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

 

원고 측은 "엔진 이모바일라이저 부재로 문제가 되는 현대차·기아 차량은 1400만 대가 넘는다"며 "현대차·기아 차량은 '도둑 친화적인 자동차'(thief-friendly cars)"라고 비판했다.

 

이번 재판을 맡은 제임스 V. 셀나(James V. Selna) 선임 판사는 원고 측 주장이 더 일리가 있다고 봤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실행 가능한 대위권을 행사했다는 설명이다. 대위권은 제삼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지닌 권리를 얻거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는 "엔진 이모바일라이저 부재가 고객들의 재산 피해 발생의 원인이 됐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은 적절하다"며 "과실의 정도는 전적으로 도난 방지 장치를 전혀 포함시키지 않은 피고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이 항변한 연방 도난 방지 규정에 따른 엔진 이모빌라이저 탑재 미실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의 소비자 보호 의무 등을 고려할 때 해당 규정은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소송에서 지난 2021년 11월 전까지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필수가 아닌 선택 사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다만 법원은 관활권 부족을 이유로 이번 소송을 일단 기각했다. 피고에 대한 관활권 행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소장을 수정할 것을 원고 측에 지시했다. 관활권은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최근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집단 소송에서와 같이 원만하게 합의 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합의금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미국 차량도난 집단소송 관련 현대차·기아가 제시한 1억4500만 달러(한화 약 1968억 원) 합의안을 예비 승인했다. 지난 5월 집단소송 합의 과정에서 제시된 예상 합의 금액은 약 2억 달러(약 2715억 원)이었지만, 실제 합의금은 약 6500만 달러(약 882억 원) 낮게 책정됐다. <본보 2023년 11월 1일 참고 현대차·기아, 美 차량도난 집단소송 합의금 대폭 줄어…‘2715억→1968억’>

 

한편 현대차·기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기한 소송에도 대응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지방자치단체는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 관련 공공 안전 비용 등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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