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워터마(沃特瑪·옵티멈나노)가 결국 파산 절차를 밟는다. 불과 3년 전 150개가 넘었던 중국 배터리 업체 수는 지난해 100개로 줄었다. 공급과잉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배터리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젠루이워넝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시 중국인민법원이 자회사인 워터마의 파산 신청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워터마는 대외 채무액이 약 197억 위안(약 3조2700억원)에 달한다. 599개 납품업체에 밀린 대금만 약 54억 위안(약 8900억원)이다. 지난 3분기 순이익인 1년 사이 87.86% 감소해 -26억1000만 위안(약 -4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억4000만 위안(약 731억원)에 그쳤다.
2002년 설립된 워터마는 중국 전기차 동력배터리 연구개발을 주도한 회사다. 2016년 기준 기업가치는 52억 위안(약 8600만원), 순이익 4억5200만 위안(약 751억원)을 기록하며 중국 내 '톱 3'로 성장했으나 지난해 고꾸라졌다.
부채가 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모호사인 젠루이워넝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3.58%는 법원에 차압됐고 13개 은행에 개설된 계좌도 동결됐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건 비단 워터마만의 일이 아니다. CATL은 미수금 잔고가 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ATL의 미수금 잔고는 2016년 23억9800만 위안(약 4000억원)에서 2017년 69억3800만 위안(약 1조15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총이익률은 38%에서 36%로 줄었다.
용백과기(容百科技)와 당셩과기(当升科技) 등 후발 업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 BAK도 9억 위안(약 1500억원)가량의 미수금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가오궁산업연구원(GGII)에 따르면 지난 1~9월 배터리 설치 용량 기준 상위 10곳 중 7곳은 전년과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파산은 업체는 적지 않다. 2016년 155개에 달했던 배터리 업체는 2017년 130개로 줄었고 지난해 100개를 조금 넘었다. 내년에는 10~20개만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공급과잉에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공급량이 늘어나는데 정작 수요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드는 지난해 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규모가 134GWh로 수요(30GWh)의 4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도 전망은 좋지 않다. 트랜스포드는 올해 배터리 수요를 54GWh로 전망했다. 생산능력 예상치인 164GWh의 절반도 안 된다.
CATL을 비롯해 일부 회사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후발 업체들은 살아남기 쉽지 않다. CATL과 BYD의 합계 점유율은 2017년 기준 40%를 넘는다.
더욱이 2021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현지 후발 업체들의 파이는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