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CJ CGV가 인도네시아 계열사의 재무 안전성 강화를 위해 133억원 규모의 채무 보증에 나섰다. 잇단 해외 계열사 무더기 채무보증에 짓눌리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 총 잔액은 3905억4900만원으로 3930억8900만원의 자기자본을 육박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CJ CGV가 'KB 부코핀 은행'(PT Bank KB Bukopin KB)과 133억9200만원 규모의 채무 보증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계열사 PT 그라하 레이어 프리마(PT Graha Layar Prima Tbk)가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의 차입금을 대환하기 위함이다. 이번 채무보증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3.75%에 해당한다. 채무보증기간은 이달 4일부터 2024년 12월 4일까지다.
CJ CGV가 빚보증에 나선 배경은 인도네시아 사업이 순탄치 않아서다. PT 그라하 레이어 프리마는 올해 3분기 64억95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속 적자수렁에 빠져있다. 지난해 4분기 16억6500만원, 올 1분기 66억3400만원, 2분기 16억6500만원 등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본보 2023년 11월 15일 적자 행진에도 공격투자…CJ CGV, 인니서 영토 확장 참고>
순손실이 늘어난 것은 이자·세금 등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상승)이 발생하면서 부담을 느낀 현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려 CJ CGV의 적자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매출 대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총 자산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지난 9월 기준 PT 그라하 레이어 프리마 총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2조2800억루피아) 8% 줄어들어 2조1100억루피아(약 1772억4000만원)로 집계됐다.
문제는 해외 계열사 24곳에 제공한 지급보중 규모가 자기자본을 육박하고 있다는 것. 무더기 빚보증을 짊어진 것은 글로벌 외연 확장과 맞물린다. 주력사업인 글로벌 극장 사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실적 성장이 둔화됐다.
영엽확장 실탄을마련하기 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면서 빚보증을 크게 늘렸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부진이 깊어지면서 CJ그룹 계열사로 부실이 옮겨붙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외 사업 대부분의 영업력이 크게 떨어져 있고 재무상황도 좋지 않아 빚을 대신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서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보증 규모가 커지는 기업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급보증을 받은 기업이 경영상태가 악화돼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지급보증액은 고스란히 지급보증을 서준 기업의 부채로 전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