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K-콘텐츠 선봉에 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행보가 재조명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도미닉 엥(Dominic Ng) ABAC(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 미국 정상보좌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 K-콘텐츠를 글로벌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과 새로운 미래 비전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22일 필리핀 은행 이스트웨스트은행(Eastwestbank)은 홈페이지 내 불 세션(Bull Session)에 이미경 부회장의 K-콘텐츠의 미래와 비전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실었다. 이날 도미닉 위원이 인터뷰어로 나섰다. 그는 이스트웨스트뱅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도미닉 위원은 이 부회장의 공을 집중 조명했다. CJ ENM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전 세계에 K-콘텐츠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부터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까지 글로벌 히트를 쳤다"며 "이 부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독을 비롯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드림웍스 설립자들로부터 얻은 교훈 덕분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재현 회장과 함께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 부회장의 역할과 안목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드림웍스 투자에 대해 "내 동생(이재현 회장)과 나는 제프리 카젠버그(드림웍스 CEO), 데이비드 게펜,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우리가 단지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고로부터 배우고 싶어 투자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었다"면서 "한국의 콘텐츠 산업 전반을 세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사람이 재산이다"(It’s a people business!)고 이 부회장은 강조했다.
도미닉 위원은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K-콘텐츠의 미래도 주목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HBO맥스 드라마 '동조자'(Sympathizer) 연출을 맡고 '인터스텔라'의 제작자인 린다 옵스트와 영화 ‘케이 팝:로스트 인 아메리카(K-Pop:Lost In America)' 공동 제작 중인 근황을 공개하며 글로벌향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1년 피프스시즌을 인수한 후 TV 시리즈와 영화 제작, 글로벌 유통망 확충 등 비즈니스 확대에 집중해온 점을 언급했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발달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져 주류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동서양 크리에이터들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해 다양한 글로벌향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미닉 위원은 "이 부회장의 기본 철학은 다음 세대를 지원하고, 재능을 키우며, 제작자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를 설립하는 등 CJ가 문화산업에 투자하게 된 배경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11살 때 집 근처에 큰 극장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12번이나 보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할머니 커튼으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감정을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강력한 파워를 실감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어 지난 8일 정부 문화훈장 중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한국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 국제TV예술과학아카데미(IATAS) 이사진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