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3차 공판에 양형 증인으로 3명을 신청해 그 배경과 노림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손 회장의 사례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수동적인 뇌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김 교수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승계 작업과 무관하다'는 논리와 특검의 부정한 뇌물 청탁 논리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제2의 손경식?… "수동적 뇌물 강조"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2일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손 회장과 김 교수, 웬델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손 회장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는 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증언이 나왔다.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도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이뤄졌다. CJ그룹이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광해' 상영 등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다.
손 회장 역시 검찰 진술에서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련의 조사가 정권의 압박 차원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퇴진 이후 CJ E&M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296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냈다. 엠넷과 CGV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 됐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손 회장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압박과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수동적 뇌물'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근거로 손 회장의 진술을 사용하려는 전략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질책 때문에 승마를 지원했다"며 "삼성전자가 대한승마협회를 인수한 이후에 10개월간 지원을 안 하자 삼성의 무관심에 최서원이 분노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불러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서도 "거절할 수 없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요구가 있을 시 (기업은) 유·불리를 따져가며 수락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공익적인 목적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전문가 김 교수… '승계 작업-청탁' 선 긋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이날 김 교수를 증인으로 선정하면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배경은 단순히 '전문가로서의 의견 청취'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김 교수의 이력과 활동을 봐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15년 판례평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내놓았다. 이 논문에서 양사의 합병과 관련한 서울고법의 가처분 결정을 소개하는 한편 주요 쟁점 사안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승계와 무관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교수는 지난 2017년 4월 경제지 기고문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오너의 경영권 강화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경영권은 오너 개인의 지분이 아닌 경영자의 사회적 역량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또한 2015년 7월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반대를 권고한 사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외부자가 주총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했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발언들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이 부회장 측은 김 교수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승계 작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승계와 무관하다면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무리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의 경우 해외 사례를 통해 방어 논리를 견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정치권과 기업의 관계,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코닝의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양사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에모리 호튼 주니어 전 코닝 회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삼성은 당시 TV 제조를 위한 파트너사로 코닝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코닝으로부터 고릴라 글래스를 받아 주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탑재하고 있다.
한편, 특검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승계작업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바의 분식회계가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고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논리로 공격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