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팀이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희귀 광물을 철로 대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철 기반 양극재가 상용화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광물 개발에 따른 환경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오리건 주립대학교에 따르면 슈레이 데이비드 지(Xiulei David Ji)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달 23일 세계적 권위의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철을 활용한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지 교수와 통차오 리우(Tongchao Liu)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의 공동 주도로 진행됐다. 미 에너지부의 기초 에너지 과학 프로그램(Basic Energy Sciences program)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니켈과 코발트 대신 철을 활용해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자가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산화환원 반응을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된다. 이를 철로 구현하고자 연구팀은 철의 반응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철로 만든 양극재가 상용화되면 배터리 업계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값비싼 희귀 광물이 쓰여서다.
철은 다르다. 지 교수는 "철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라며 "지각에서는 네 번째로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쉽게 구할 수 있어 가격도 저렴하다. 철 가격은 ㎏당 1달러 미만이다.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에너지밀도 측면에서도 지 교수는 "최첨단 양극 물질보다 더 높은 에너지밀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철을 쓴 배터리가 성능에서도 기존 배터리에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양극재 원재료만 철로 바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 교수는 "철과 함께 더 비싼 소금을 쓰진 않는다"며 '배터리 업계에서 사용해 온 것들과 철 분말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음극재, 새 생산라인, 새 배터리 디자인 모두 필요하지 않다"며 "단지 양극재 한 가지만 교체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일한 단점인 전력 저장의 효율성만 개선되면 철 기반 배터리가 기존 배터리보다 우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희귀 광물은 수십 년 안에 공급 부족이 전망된다. 결국 현재와 같은 배터리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배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난제다. 비용과 친환경성, 성능 모두 잡기에 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 교수는 "투자만 된다면 상용화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코발트나 니켈에 비해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금속을 기반으로 한 양극재 산업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