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운용자산 약 100조원에 이르는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KLP가 친(親) 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되는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Caterpillar Inc)에 대한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 이 회사의 중장비가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LP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인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에 대한 우려로 캐터필러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7억2800만 크로네(약 950억원) 상당의 캐터필러 주식과 채권을 모두 매각했다.
KLP는 "오랜 기간 캐터필러는 유대인 정착촌의 길을 닦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택과 인프라를 철거하는 데 사용하는 불도저 및 기타 장비를 공급해 왔다"면서 "특히 이 회사의 장비가 작년 10월 하마스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회사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 투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을 시작하자 온라인 군사 커뮤니티에서 캐터필러의 불도저 D9이 주목받았다. 이스라엘에서는 테디 베어를 뜻하는 이름인 '두비'라 불리기도 한다. 8.1m 길이에 높이가 4m인 D9은 지뢰와 장애물을 제거하고 보병을 보호하는 중장비로 사용된다.
캐터필러는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도 언급됐다. OHCHR는 지난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로 무기나 탄약, 구성품 등을 이전하는 무기 제조 기업이 전쟁 범죄 공모자가 될 우려가 있다"며 수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 명시된 무기 제조업체에는 캐터필러 이외에 △비에이이(BAE) 시스템스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오쉬코쉬 △라인메탈 에이지(AG) △롤스로이스 파워 시스템 △아르티엑스(RTX) △티센크루프 등이 이름을 올렸다.
KLP는 총 700억 달러(약 97조원) 규모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