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인도네시아가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흑연을 석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전세계 흑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가운데 전기자동차 시장 허브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기업 부킷 아삼(Bukit Asam)은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BRIN)과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인조 흑연과 음극판을 석탄으로 전환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르살 이스마일 부킷 아삼 최고경영자(CEO)는 “석탄을 기반으로 한 음극판 적용은 세계 최초인 만큼 석탄 처리에 있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 저장 기술과 전자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프로젝트의 상업적 실행 가능성은 추가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흑연 시장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흑연 채굴부터 가공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석탄 전환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흑연 채굴량 130t(톤) 가운데 중국이 전체의 65.4%인 85만t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에서 정제되는 흑연 비중은 90%를 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석탄 전환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허브 구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매장량을 바탕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가 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은 중부 자바 바탕 산업단지 200㏊(헥타르·1㏊는 1만㎡) 부지에 공장을 지어 전기차와 배터리셀, 양극 전구체, 통신부품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선 KCC글라스가 자바 바탕 산업단지에 49만㎡(약 14만8000평) 크기의 유리공장을 착공한 가운데 내달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인도네시아 국영광산기업 등과 컨소시업을 구성하고 니켈 제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