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가 크랩(크라프·Krab) 자주곡사포에 SNT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 장착을 시사했다. 기존 미국산으로는 추가 공급에 따른 자동변속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크랩과 동일한 차체(프레임)를 쓰는 한화 'K9 자주포'에도 SNT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가 사용되고 있어 활용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 방산매체 '디펜스24'에 따르면 크르지스토프 트로프니악(Krzysztof Trofniak) PGZ 경영이사회 회장은 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자동변속기 공급난 우려를 해결하고자 SNT다이내믹스 제품을 쓸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체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크랩 곡사포뿐만 아니라 보르숙 장갑차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항상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하고 대체 솔루션이 있어야 이를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로프니악 회장이 공급망 다각화를 예고하며 SNT다이내믹스가 크랩에 탑재될지 이목이 쏠린다. PGZ는 작년 말 폴란드 HSW(Huta Stalowa Wola)와 크랩 152문을 공급받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1단계로 96문을 조달할 예정이다.
PGZ가 크랩 확보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주요 부품인 자동변속기가 적기에 공급될지 의구심이 제기됐다. PGZ는 그동안 미국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변속기를 주로 써왔었다.
SNT다이내믹스는 앨리슨 트랜스미션에 이어 제2의 공급사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용 자동변속기를 생산한 바 있다. K21전투 장갑차, 천마, 비호 등 350∼1500마력급 고성능 궤도 차량용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크랩이 K9과 유사한 구조를 지녀 HSW가 SNT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크랩은 K9 자주포 차체에 자체 생산한 포탑을 결합해 생산된다.
만약 공급이 확정되면 SNT다이내믹스에 호재다. 폴란드가 추가 크랩 도입을 서두르고 생산 확대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수주량이 늘 수 있다.
트로프니악 회장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96문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조속히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랩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HSW의 계획도 언급했다. 트로프니악 회장은 "경제적으로 타당하고 HSW의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두 번째 크랩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다"라며 "크랩은 여러 회사의 참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면 HSW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지속적으로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증설의 전제조건은 충분한 수요임을 강조했다. 트로프니악 회장은 HSW의 연간 생산능력이 16~24문이라는 소문을 부인하면서 "HSW의 인도 증가는 고객사의 주문에 달렸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