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국내 1세대 전력반도체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쎄미하우'가 현대차그룹 공급망 진입을 추진한다. 삼성, SK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국내 주요 '큰 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싱가포르 경제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현봉호 쎄미하우 대표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현대차, 기아와 (전기차 충전기 관련) 'IGBT(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와 'SGT(소스게이트트랜지스터)’ 전력반도체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그들의 평가에 따르면 당사의 전류 밀도는 주요 경쟁사보다 30% 더 우수하고 스위칭 손실은 20% 낮아 컨버터 효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이어 "쎄미하우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큰 제약이었다"며 "지난 2~3년 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통해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쎄미하우는 IGBT와 SGT에서 실리콘카바이드(SiC)까지 전력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전력을 쏟고 있다. 우선 연내 전기차 충전기와 가전제품용을 비롯해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IGBT 칩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평가받고 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칩의 경우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응용처를 점차 확대한다. 현재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SK㈜의 전력반도체 자회사인 SK파워텍에 6인치 SiC 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SiC와 GaN 전력반도체 시장이 주요 제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5년 쎄미하우가 업계 최초로 개발했던 슈퍼 접합 MOSFET(산화막 반도체 전기장 효과 트랜지스터) 시장과 유사한 궤적을 따를 것이라는 게 현 대표의 설명이다. 슈퍼 접합 MOSFET은 상용화 후 2015년에야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현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우리는 SiC와 GaN에 대한 투자를 스스로 주도할 수 없으며, 우리의 주요 목표는 즉각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완전히 활성화될 때 대비하는 것"이라며 "SiC와 GaN이 완전히 상용화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 제품(IGBT와 SGT)을 기반으로 포괄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차세대 제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한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운 중국의 빈 자리를 인도가 대체할 것이라고 보고 현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최근 인도에 법인을 마련하고 영업부를 신설했다. 현재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실질적인 사업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현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현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엄청난 매출 증대를 점치고 있다. 그는 "올해는 업계에서 전례 없는 30%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예상하고 있다"며 "제 목표는 오는 2029년 2억 달러, 2032년 5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설립된 쎄미하우는 전력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설립 초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충전기에 칩을 대량 납품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했다. 모바일·컨슈머 분야를 시작으로 산업용·모빌리티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과 접목한 신제품을 연이어 개발, 양산 중이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제품은 110개가 넘는다. 핵심 소재 국산화를 통해 산업 발전에 깅여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고 이듬해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000만 달러 수출 탑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