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코로나19 이후 오랜 기간 고전해 온 국내 면세점 업계가 글로벌 순위에서도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가 동반 하락했다. 유커(중국 단체여행객) 유입 지연, 강달러 현상 지속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해외 시장 다변화를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29일 영국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Moodie Davitt Report)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38억4300만유로(약 5조7160억원)로 집계됐다. 43억6300만유로(약 6조4860억원)를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11.92% 줄어든 수치다. 매출이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도 주저앉았다. 롯데면세점은 해당 순위 4위다. 3위였던 전년에 비해 한계단 떨어졌다.
신라면세점도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46% 줄어든 30억7200만유로(약 4조567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 하락에 따라 글로벌 면세점 순위는 지난 2022년 5위에서 지난해 6위로 내려앉았다.
국내 면세시장 '큰손'으로 불리는 유커를 비롯한 방한 중국인 여행객 숫자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양사가 실적 부진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은 약 202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약 602만명의 33.53%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음에도 회복세가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1350원 안팎을 오가는 등 강달러 현상이 지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4월 원달러 환율은 1363.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양사는 해외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호주 멜버른 공항점에 이어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을 오픈하고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다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웰링턴공항점 등에 더해 오세아니아 사업을 확대한 롯데면세점은 연내 오세아니아 지역 1위 면세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화장품·향수 매장 사업권을 4년 연장, 오는 2028년 3월 31일까지 창이공항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어 지난 3월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화장품·향수·패션·액세서리 매장 사업권을 3년 연장했다. 오는 2027년 9월까지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에서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면세점 사업자로서 인정받은 경쟁력을 내세워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무디데이빗리포트는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한국 1위 면세업체 자리는 지켰으나 한국 면세시장 불황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다"면서 "신라면세점도 강달러, 방한 중국인 여행객 숫자 회복 지연 및 소비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 1위는 아볼타(Avolta)가 차지했다. 이어 △CDFG(China Duty Free Group) 2위 △라가데르(Lagardère Travel Retail) 3위 △DFS그룹 5위 등이 '톱5'에 진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8위, 현대면세점은 1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