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니켈을 강제노동의 산물이라고 판단했다.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산하 아동노동, 강제노동, 인신매매 방지국(OCFT)은 지난 5일(현지시간) '아동·강제 노동의 세계적 현황’을 주제로 브리핑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니켈을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으로 규정했다.
당국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와 말루쿠(Maluku) 지역의 니켈 제련소에서 발생한 노동력 남용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녹색 에너지 전환에 따라 광물 공급망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적법한 노동자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아 리(Thea Lee) 노동부 차관은 "강제 노동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중국의 알루미늄,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등을 포함한 다른 중요한 광물의 공급망을 오염시킨다"며 "노동자들은 △과도하고 비자발적인 초과 근무 △안전하지 못한 작업 환경 △임금 미지급 △벌금 △해고 △폭력 위협 등과 같은 학대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는 데 전념하는 국가에서 새로운 깨끗한 에너지 투자를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시장 접근의 조건으로 노동자 권리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무역 조항을 일관되고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니켈에 대해 경고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니켈 조달 전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그룹, 에코프로 등은 현지 니켈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화유와 'LG 컨소시엄'을 꾸려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LG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98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4억1000만 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해 니켈 제련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를 설립하고 지난 7월 배터리셀 공장을 준공했다.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격림미·이하 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프로젝트에도 지분 투자를 실시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 세계 1위 국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량은 약 5500만 톤(t)으로 세계 1위다. 전 세계 매장량의 약 42%를 차지한다. 생산량도 약 180만 t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주석, 금, 보크사이트, 석탄 등의 주요 매장국이기도 하다. 광물 자원이 방대해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 가치가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